[책의 향기]“권력의 정당함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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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짜우포충 지음·남혜선 옮김/400쪽·1만9000원·더퀘스트

짬짜면(짬뽕+짜장면).

비하할 의도는 없다. 그냥 읽는 내내 그런 잡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딱히 나쁘지도 않다. 오히려 좋은 책이다. 하지만 교과서와 선언문을 같이 펴놓고 읽은 느낌이랄까. 이해는 가는데 살짝 번잡하다.

홍콩중원(中文)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인 저자는 ‘중국의 깨어있는 지성’이란 극찬을 받는 학자다. 중국 정부로선 꽤 탐탁지 않은 인사라는데, 2014년 홍콩을 휩쓸었던 민주화시위 ‘우산혁명’에 참여했던 이들이 바이블처럼 이 책을 받아들였다. 당연히(?) 본토에선 금서로 찍혀 출간되지 않았단다.

책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저자는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1921∼2002)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가와 시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공정으로서의 정의’(롤스의 논문 제목이기도 하다)를 꼽는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모든 시민은 자유롭고 평등하므로 국가에 공정함을 요구할 도덕적 권리가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역시 시민이 부여한 도덕적 근거만이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이를 문장 하나, 페이지 하나마다 묵직하게 새겨 넣었다.

앞서 말했지만 참 ‘좋은’ 책이다. 중국 상황에 대입하지 않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정치가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짚는다. 특히 6장에 실린 중국 누리꾼과의 웨이보 토론은 단연 백미. 다만 이 책은 약력이 없어도 교수님이 썼다는 걸 단박에 알겠다. 사례보단 논리에 치중해 간혹 ‘맹자 왈 공자 왈’로도 들린다. 하긴 원래 옳은 말만 하면 지루하게 보일 때가 많다. 그래도 변치 않는 건, 그게 옳은 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짜우포충#짬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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