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컬렉션 포슬린, 위생-냉각 성능까지 ‘명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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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발상의 전환’

14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에서 이무형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셰프컬렉션 포슬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삼성전자 제공
14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에서 이무형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셰프컬렉션 포슬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삼성전자 제공

지금까지 프리미엄 냉장고 성능을 좌우한 건 ‘기술’이었다. 신제품이 나올 때면 저장 공간별 독립 냉각, 온도 편차를 최소화하는 미세정온 등 최첨단 기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비해 ‘소재’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소재는 주로 제품 안보다 바깥을 꾸미기 위해 강화유리, 메탈 등에 색깔, 무늬가 첨가되며 주목받았다. 플라스틱 일변도였던 내부 소재는 5년 전 김치냉장고부터 메탈이 추가됐지만 존재감은 기술 차별화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지난달 출시된 ‘세계 최초 자기 냉장고’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포슬린’은 정체된 내부 소재 개발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포슬린(자기)은 깨지기 쉬운 특성 때문에 공산품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통념이었다. 삼성의 상식을 깬 도전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삼성전자가 플라스틱과 메탈을 보완할 신소재로 자기를 찾아낸 역사는 2013년 시작됐다. 당시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사장)는 “음식을 넣는 안(소재)은 왜 그대로냐”며 개발팀에 ‘소재 혁신’ 특명을 내렸다. 외관과 크기 경쟁에 몰두하던 냉장고 개발팀이 다시 ‘식재료를 건강하게 보관’하는 냉장고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계기가 됐다.

유럽과 아시아 왕실에서 식기와 다기로 사랑받아온 포슬린은 약한 강도와 구울 때 수축하는 특성이 문제였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자기 및 산업소재 전문가 100여 명이 머리를 맞댔다. 개발팀은 전국은 물론이고 영국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일본 등 7개국을 돌며 2년간 수백 가지 테스트를 벌였다.

강도를 높이는 첨가제 혼합 실험에만 수십만 t의 흙이 사용됐다. 모두 고급 자기에 쓰이는 최상급 재료였다. 1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동일한 규격으로 미세한 차이까지 조절할 수 있는 특허 공법을 찾아냈다.

포슬린의 진가는 실제 사용 테스트에서 드러났다. 냉장고에서 번식하기 쉬운 대장균을 뿌리고 2시간 뒤 세척한 결과 플라스틱은 5% 정도 잔류균이 남았지만 포슬린의 잔류균은 0%였다. 냄새와 색이 배는 문제에도 메탈, 플라스틱과 차원이 다른 성능을 보였다. 김치와 생선에 노출시킨 각각의 실험에서 셰프컬렉션 포슬린의 잔류 가스와 색 차이는 제로에 가까웠다. 신선보관 기능과 직결되는 냉기 보존력도 마찬가지였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포슬린의 온도 변화가 0.9도인 데 반해 메탈은 1.4도, 플라스틱은 5.2도였다. 최초 온도로 복귀하는 시간도 포슬린(12.5분), 메탈(16.5분), 플라스틱(22.0분) 순이었다.

냄새와 변색에 강한 최적의 표면기공률을 찾기 위해 개발팀 전원(100명)이 패널을 자원했다. 쉰 김치, 비린 생선, 치킨업체별로 구해 온 소스를 냉장고에 묻히고 묵히는 실험이 3개월 동안 계속됐다.

소재의 차별화는 기술이 주지 못하는 심미적 효과도 낼 수 있었다. 개발팀은 리움박물관 도자기 전시실 조명전문가의 도움까지 받으며 냉장고를 열 때 최상의 색감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이무형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냄새와 색이 배는 건 소재의 거친 표면에 분자가 들러붙기 때문인데 포슬린은 표면기공률을 최적화해 냄새, 색이 밸 틈을 없앴다”고 말했다. 소재 개발을 담당한 강정혜 연구원은 “균이 뿌리박을 여지도 없기 때문에 세제 없이 물로만 닦아도 세균이 100% 씻긴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삼성전자#셰프컬렉션#포슬린#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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