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산울림 없는 자리 새 울림 쟁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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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즈’ 첫 앨범 무대서 함께한 김창완-창훈 형제

17일 서울 마포구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만난 김창훈과 김창완(오른쪽).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17일 서울 마포구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만난 김창훈과 김창완(오른쪽).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산울림은 없었지만 그 노래 그 멤버들이 있었다.

17일 서울 마포구 홍익로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3형제 그룹 ‘산울림’ 멤버 김창훈(61)이 결성한 ‘김창훈과 블랙스톤즈’의 첫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 열렸다.

“나의 마음은, 황무지/차가운 바람만 불고∼”(산울림 ‘황무지’) 김창훈이 모래알 끓이는 목소리로 로큰롤 노익장을 토했다.

올해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깊은 자취를 남긴 그룹 산울림 데뷔 40주년이다. 막내 김창익(1958∼2008)의 부재로 산울림은 영구해체됐다. 김창완은 2008년 김창완밴드를 결성했다. 김창훈은 미국에서 일하다 음악활동을 재개해 지난해 솔로 4집 ‘호접몽’을 냈고 올해 초엔 귀국해 ‘블랙스톤즈’를 결성했다.

“나 오늘, 오늘밤은/어둠이 무서워요∼” 김창훈은 이날 초대 손님 김완선과 ‘오늘밤’을 록 버전으로 부른 뒤 또 한 명의 초대 손님을 소개했다. “작년 구정 때 형이 불쑥 ‘곡을 많이 쓰고 발표 좀 하라’고, 그게 제 심장에 꽂혀갖고 곡을 (다시) 쓰기 시작했죠. 형의 그 한마디가…. ‘너의 의미’ 가사 같네요. 우리 형 모시겠습니다.” 그가 나가자 초대 손님, 통기타 든 김창완(63)이 나왔다.

무대 위에서 둘은 한순간도 함께 서있지 않았다. 음악적으로도 서로를 위한 공간을 내줬다. 김창훈이 록을 앞세웠다면, 김창완은 통기타를 치며 잔잔하게 노래했다. 대기실로 쳐들어갔다. 그제야 형제가 한 시야에 들어왔다.

“김창완밴드 역시 산울림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오늘 했어요. 아, 우리한테 아직 못 이룬 꿈이 있구나.”(김창완) 그는 “둘째의 발라드 3부작(‘회상’ ‘독백’ ‘초야’)을 비롯한 독창적인 서정성은 산울림의 자산이었다”고 했다.

둘이 한 무대에 오른 것은 오랜만이다. “2007년 산울림 미국 공연이 사실상 마지막이었죠.”(김창훈) 김창훈은 “오늘 정식 출항한 블랙스톤즈가 깊은 바다로 들어가면 김창완밴드와 함께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검은 돌을 뜻하는 블랙스톤즈는 3형제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서울 흑석동에서 딴 이름이다.

“(40주년을) 자축할 순 없죠. 아픈 기억(김창익 별세)을 되살리는 시간이 될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둘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니 계기가 마련된다면 피할 일은 없지요.”(김창완)

앞서 초대 손님 무대. 기타 줄을 한두 번 퉁긴 김창완이 목을 가다듬었다. “이 소중한 시간을 한 번 노래로 불러보겠습니다.” 노래가 시작됐다.

‘남모르게 간직해왔던/내가 갖고 싶은 건/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김창완밴드 ‘내가 갖고 싶은 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산울림#김창완#김창훈#블랙스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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