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문제” “절차하자 무효”… 사드로 쪼개진 성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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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맞시위 현장 가보니

18일 오후 2시 경북 성주군 소성리 보건소 앞에서 “사드 배치 찬성한다”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기지가 이곳에서 2km가량 떨어진 성주골프장으로 변경돼 발표한 이래 “사드 배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사드 찬성”을 외친 50여 명은 우익 성향 단체로 알려진 ‘서북청년단과 구국전사들’ 소속.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새빨간 거짓. 진실은? 사드 가면 전쟁 온다’ ‘사드 배치는 국가 안보 문제다’라고 적은 피켓도 들었다.

이들이 집회를 연 곳은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의 거점인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200여 m 떨어져 있었다. 서북청년단 관계자는 “소성리 마을과 관계없는 외부 단체가 안보에 중요한 사드를 반대하고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판단해 집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달 13일까지 집회를 계속하고 성주골프장에서 1.3km 떨어진 진밭교 삼거리까지 행진도 예고했다.

경찰은 충돌을 우려해 이들과 마을회관 사이의 도로 가운데를 막았다. 물리적 충돌이나 거친 말이 오가지는 않았다. 22일 서북청년단을 비롯한 3개 단체의 대규모 사드 찬성 집회가 예정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찬반 양쪽 단체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력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북 성주군 소성리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소성리 길목 곳곳에는 ‘사드 원천 무효’ ‘절차 무시한 사드 결사반대’ 등이 적힌 현수막 수십 장이 걸려 있었다. 소성리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연신 민중가요가 흘러나왔다. 어르신 쉼터여야 할 이곳 벽에는 붉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적은 ‘사드 절대 반대’ ‘사드 없이 평화 있다’ ‘불법사드 도둑반입’ ‘한미당국 규탄한다’ 등의 글귀가 눈에 띄었다.

주민 3명이 교대로 회관 앞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외지인의 출입을 검문했다. 천막 5개 동과 컨테이너 2개가 설치돼 있고, 갓길에 세워진 농기계와 트럭이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최근 ‘민간인 검문’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차량 내부를 확인하거나 출입을 막지는 않았지만 경계하는 기색이었다.

오후 3시경 주민들과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소속 인사를 비롯해 30여 명이 농성을 벌였다. 한쪽 간이 무대에서는 ‘사드를 반대해’라는 노래가 나왔다.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찬성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집회를 중단하라”며 소리를 높였다.

성주군과 성주경찰서에 따르면 소성리 마을회관은 지난해 9월 30일 성주골프장으로 사드 배치 부지가 변경 발표된 이후 매주 수요일 집회 장소로 바뀌었다. 투쟁위 관계자들이 천막을 치고 머물게 됐다.

4월 26일 사드 발사대 2대가 들어온 뒤 주민들은 24시간 감시 체제를 갖추고 도로 일부를 점거해 검문 시설을 세웠다. 사드 가동용 유류 반입을 막는다며 차량 트렁크 등을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시설이라 강제로 끌어내려고 하면 천막과 회관에 있는 주민들이 뛰쳐나와 막는다”고 말했다.

주민 70여 명이 사는 소성리는 일상을 거의 잃은 모습이다. 한 주민은 “사드 배치 후 아침저녁으로 매일 발전기와 헬기 소리에 시끄러워 살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성리 마을을 조금 벗어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참외의 고장 성주는 수확기라서 시설하우스를 챙기는 농민의 손길이 바쁘다. 박모 씨(46)는 “지난해 말까지 이웃들과 사드 반대 집회에 많이 나갔지만 지금은 참외 농사 때문에 사정이 아주 달라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사드를 반대하는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벼농사를 짓는 김모 씨(64)는 “사드 기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 발전사업도 추진한다고 알고 있다”며 “안보와 관련해 정부가 하는 일을 믿고 따라주는 게 좋다는 분위기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성주=장영훈 jang@donga.com / 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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