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SR in Practice]가나 영양실조 어린이 돕다 40억명 시장 빗장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日 아지노모토의 시장 전략

요즈음 TV 채널을 돌리면 ‘먹방’ ‘쿡방’을 자주 접하게 된다. 설탕이나 글루탐산 일나트륨(MSG)을 넣는 게 몸에 좋다, 나쁘다 말들이 많지만 음식 맛을 돋운다는 점에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MSG의 원조는 역시 일본이다. 스즈키제약소라는 회사가 1909년에 아지노모토(MSG의 브랜드명)를 발매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제품 브랜드가 막강해지면서 1946년엔 아예 회사명을 아지노모토로 바꿨다. 아지노모토는 이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식품사업, 아미노산사업, 의약사업을 3대 주력 사업 분야로 꼽는다.

2009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아지노모토는 뭔가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다. 그리고 자사 제품 중 하나인 아미노산을 활용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가나의 영유아들을 돕기로 결정했다.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가나 영아의 생후 12개월 내 사망률은 1000명당 51명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영양 부족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가나에서 태어난 아이는 생후 6개월이 되면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다. 현지에서는 이 이유식을 ‘코코(koko)’라고 부르는데 옥수수를 발효시킨 죽이라고 보면 된다.

단백질이 부족한 가나의 전통 유아식은 유아의 저성장 및 저체중의 원인이 됐다. 아지노모토는 여기에 주목했다. 코코에 섞어 먹이는 영양가 높은 보조식품을 개발한다면 유아 신체 발달에 도움을 주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가난한 사람도 구입할 수 있고(Affordable) △가나의 기존 식문화에 기반(Acceptable)을 두고 △맛도 좋아 현지인들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Aspirational) 제품 개발에 연구개발(R&D)의 초점을 맞추고, 콩을 기반으로 단백질,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을 첨가한 ‘코코 플러스’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동시에 아지노모토는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적절한 파트너 물색에 나섰다. 혹시 가나에서 아지노모토가 직접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제품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기술 이전에 나섰다. 2011년엔 가나 보건성과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코코 플러스가 실제 유아의 영양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시험 결과 코코 플러스를 먹은 유아는 코코 플러스가 아닌 다른 영양소만 약간 섭취한 유아나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은 유아보다 건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지노모토는 일본에선 알아주는 식품 대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매출액이 네슬레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 내 일류, 글로벌 이류’라는 위기의식이 조직 내에 팽배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지노모토가 아프리카에 눈을 돌렸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였던 C K 프라할라드는 그의 명저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에서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40억 명을 도움의 대상이 아닌 판매의 대상, 즉 시장으로 보라”고 강조했다. 소위 ‘BoP(Bottom of Pyramid·개도국 저소득층)’ 시장 공략에 대해 아지노모토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신현암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회공헌연구실장 gowmi123@gmail.com
#아지노모토#일본#가나#영양실조#무역#보조식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