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디스크와 ODD의 생존전략, 이런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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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5월 19일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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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까지만 하더라도 PC 사용자들은 자신의 PC에 '몇 배속'의 ODD(CD나 DVD 등을 구동하기 위한 광디스크 드라이브)가 달려있는지를 매우 신경 쓰곤 했다. 48배속 제품이 나왔는데 아직 32배속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면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드라이브 전면에 '32x', '48x' 같은 배속 표시를 큼지막하게 표시하곤 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ODD 시장은 예전과는 딴판이다. 광디스크의 이용 빈도가 매우 낮아졌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저장소, USB 메모리, 외장하드 등, 광디스크보다 저장 용량이 크고 이용도 편리한 데이터 저장수단이 너무 많다.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 중에는 ODD가 기본 탑재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며, 데스크탑에서도 ODD는 필수가 아닌 선택 사양이 된 지가 오래다. 블루레이 디스크를 선호하는 영화 애호가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미 영화 서비스 시장의 중심은 VOD다.

이용 빈도 줄었지만 가끔은 아쉬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ODD가 없으면 아쉬울 때도 있다. PC에 운영체제를 설치하거나 예전에 CD나 DVD에 백업해 둔 데이터를 다시 이용하고자 할 때 ODD를 쓰기도 하며, 수 GB 정도의 데이터를 오프라인으로 배포하고자 할 때 아직도 광디스크만큼 저렴한 매체는 없다. 그래서 요즘은 외장형 방식의 ODD가 그나마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평상시에는 따로 보관하다가 간혹 광디스크를 써야 할 때 PC의 USB 포트에 연결해서 이용하면 된다.

ODD 시장의 양대 산맥을 이루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행보가 갈린 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2014년에 ODD 사업부를 매각하며 이 시장에서 손을 뗀 반면, LG전자는 여전히 ODD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한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예전처럼 디스크 구동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등의 경쟁은 하지않는 대신, 부가기능 및 편의기능의 보강, 그리고 신세대 IT제품과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스마트TV에 연결해서 쓰는 ODD, 스마트폰 백업 가능한 ODD도 등장

LG전자가 최근 판매하고 있는 외장형 ODD는 스마트TV나 프로젝터의 USB 포트와 연결, 디스크에 저장된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부가기능을 갖추고 있다. ODD의 오픈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디스크를 삽입하고 트레이를 닫으면 스마트TV나 프로젝터가 디스크를 USB메모리나 외장하드와 같은 이동식 디스크로 인식, 콘텐츠를 재생한다. 콘텐츠를 백업해둔 CD나 DVD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유용한 기능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기기와의 연결 기능을 갖춘 제품도 나왔다. LG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외장형 ODD인 KP95 시리즈(KP95NW70, KP95NB70)의 경우, 안드로이드 기기의 마이크로 USB 포트나 USB-C 포트와 연결, 전용 앱을 설치해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다.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는 LG전자 KP95 시리즈(출처=IT동아)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는 LG전자 KP95 시리즈(출처=IT동아)

디스크의 콘텐츠를 모바일 기기로 재생하는 것 외에 동영상 DVD나 음악 CD의 파일을 추출(리핑)해 모바일 기기에 저장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그리고 모바일기기에 담긴 각종 파일(사진, 동영상 등)을 직접 CD나 DVD로 구울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기 때문에 물리적 매체를 선호하는 보수적인 이용자에게 어필할 만 하다.

1000년간 데이터 보존할 수 있는 디스크?

데이터의 ‘영구 보존’을 강조하는 부가기능도 눈길을 끈다. 최근 출시되는 상당수 ODD 제품은 무기물질 성분의 염료를 사용하는 광디스크의 일종인 ‘M-DISC’를 구울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M-DISC는 이론상 1,000년간 데이터의 보존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반적인 DVD 플레이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ODD에서 재생이 가능하다. 물론 M-DISC가 진짜로 1,000년간 데이터 보존이 가능한지를 실제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최소한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에 비하면 훨씬 안전하게 장기간 데이터의 보존이 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M-DISC는 이론상 1000년간 데이터 보존이 가능하다(출처=IT동아)
M-DISC는 이론상 1000년간 데이터 보존이 가능하다(출처=IT동아)

이밖에도 풀HD급 화질의 기존 블루레이 디스크보다 해상도가 4배 향상된 UHD(4K)급 화질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울트라 HD 블루레이(Ultra HD Blu-ray) 규격이 2015년 제정되었고, 2016년부터 관련 제품의 출시가 본격화 되었다. 시장 규모가 크게 줄긴 했지만, 광디스크와 ODD의 생존 기간은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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