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확대해 4대그룹 집중감시… “재벌 해체는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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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법조사 기업집단국 신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다.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태세를 보였다.

김 후보자는 과거 공정위 조사국보다 기능이 강한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일감 몰아주기 등 4대 그룹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재량권 강화, 고시 개정 등을 통해 4대 그룹에 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겠다는 김 후보자의 발언에 ‘법 잣대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잖아 논란이 예상된다.

○ ‘기업집단국’ 신설해 4대 그룹 집중 감시

김 후보자는 재벌 개혁을 위한 첫 번째 구상으로 공정위 조직 개편을 꼽았다. 4대 그룹 등의 사건을 전담할 기업집단국을 신설하는 게 대표적이다. 재벌 개혁의 무게중심을 한곳에 집중시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경쟁정책국 아래 있는 기업집단과를 기업집단국으로 격상시키고 카르텔조사국, 시장감시국 등에 나뉘어 있는 대기업 제재 관련 업무를 이곳으로 몰아넣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공정위의 경제 분석 능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 편법 상속 등 대기업들의 불공정 관행이 갈수록 치밀해진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김 후보자는 “신설 기업집단국은 경제분석과 조사 기능이 모두 강화된 조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재량권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위법행위에 ‘현미경 잣대’를 적용할 경우 과징금 등 제재 수위는 지금보다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경쟁당국이 재량권 명목으로 대기업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올 3월 이명희 회장의 830억 원어치 차명주식을 허위 신고한 신세계그룹에 5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게 대표적이다. 2015년에는 면세점 과장광고로 적발된 호텔롯데, 호텔신라 등에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상조 체제의 공정위는 대기업 관련 제재 기준이 대폭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 고시를 개정해 부과 기준을 낮췄던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기준 등이 우선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기업의 담합 행위에 법정 상한인 관련 매출 10%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안팎의 예상이다.

○ ‘고무줄 잣대 집행’ 우려도

하지만 김 후보자의 이 같은 4대 그룹 제재 방안을 두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같은 법 조항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 임원은 “법이든 행정조치든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특정 기업이나 그룹을 타깃으로 한 조사나 법 적용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규제를 적용받을 당사자인 4대 그룹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4대 그룹이 돈을 버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으니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로 주홍글씨를 새겨놓고 손보겠다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매스를 들이대더라도 일관된 기준부터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공정위가 대기업 제재 수위 등을 높이더라도 법원 소송에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성공한 재벌 개혁으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thousand@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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