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출입부터 상품 결제까지 손바닥으로 통하는 ‘무인 편의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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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롯데월드타워에 문열어
현금-카드-스마트폰 ‘3NO’
스캐너에 손바닥 대면 결제… ‘핸드 페이’ 세계 최초 상용화
롯데측 7월말 일반에 공개

손바닥이 출입카드이자 신용카드가 됐다.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에 등장한 국내 최초의 무인 편의점에서는 손이 ‘만능 열쇠’였다.

이날 코레아세븐은 국내 최초의 무인 편의점이자 ‘핸드 페이(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세계 최초의 무인 점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편의점 직원이 항상 상주해야 하는 계산대를 자동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 가장 큰 변화다.

○ 계산대에서 사라진 점원

무인 편의점에 직접 가보니 먼저 핸드 페이 시스템에 등록해야 했다. 롯데카드 회원이어야 등록이 가능하다. 롯데카드와 신분증을 주고 스캐너에 손을 댔다. 여러 번에 걸쳐 손을 대면 스캐너가 손바닥의 혈관 굵기 등을 읽었다. 지문처럼 고유한 정맥 패턴 정보를 암호화해 기존 카드 정보에 담는 과정이다.

보통 4번만 찍으면 등록이 끝난다고 했지만 기자의 경우 스캐너가 정맥을 읽을 때까지 20여 번을 갖다 대야 했다. 등록 절차가 끝난 뒤 손은 위력을 발휘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앞 게이트의 스캐너에 손을 대니 입구가 저절로 열렸다. 82.6m²(약 25평) 규모의 점포에는 1500여 개의 제품이 놓여 있었다. 카페라테 음료수를 집었다. 계산대에는 공항 보안 검색대의 축소판과 같은 상품 스캐너의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었다. 놓자마자 빠르게 모니터에 ‘1900원’이라고 떴다. 모니터 옆 스캐너에 손바닥을 댔더니 금세 결제가 끝났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핸드 페이는 사람의 신체 일부로 결제가 가능한 바이오 페이의 일종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킨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담배를 파는 디지털 자판기도 처음 도입됐다. 손바닥이 이미 신용카드 역할을 하니 자판기에 손바닥을 대면 성인 인증을 할 수 있다. 김영혁 코리아세븐 기획부문장(상무)은 “담배 판매 시 성인 인증 방법으로 현재까지 신용카드, 신분증만 가능하다. 관련 당국에 핸드 페이로도 가능할 수 있도록 신청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명재선 롯데카드 상무는 “지문 인식은 다른 사람이 손을 댄 스캐너에 접촉해야 해 위생 문제가 있다. 홍채 인식은 고객들이 공공장소에서 시행하기가 민망할 수 있다. 핸드 페이는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일자리 파괴 시작되나

지난해 12월 미국 거대 온라인 기업 아마존이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를 선보이면서 무인 점포는 유통업의 화두가 됐다. 아마존 고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차이는 결제 방법이다. 아마존 고에서는 고객이 입구에서 결제 정보가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만 하면 된다. 매장을 나갈 때 앱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라 유통(코리아세븐), 카드(롯데카드), 정보기술(롯데정보통신)에서 약 500명이 차출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롯데그룹은 핸드 페이 결제 시스템을 롯데백화점 등 다른 유통 계열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코리아세븐은 7월 말까지 롯데월드타워의 롯데 계열사 직원 2000명에게 우선 편의점 이용을 하도록 한 뒤 일반 고객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확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롯데가 아마존과 같은 무인 점포 모델에 적극 뛰어듦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파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코리아세븐 김 상무는 “계산대에 사람이 없어도 발주, 점포를 관리할 사람은 필요하다. 무인 편의점에도 직원을 3명 발령 낸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편의점, 대형마트로 무인 계산대가 확산되고 쇼핑 도우미 같은 새로운 직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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