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너마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아파트 거래량 두달새 반토막

《 지난해 서울 강북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60m² 이하 소형 아파트가 많은 이 지역은 주택 거래량이 일정한 곳이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이 위축되자 지난해 지속된 전세난에 집중됐던 강북 아파트 투자 수요가 끊기면서 강남 지역보다 빠르게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모습이다. 》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강북3구(노원·도봉·강북구)의 지난해 12월 아파트 거래량은 1219건으로 전달(1618건)보다 24.7%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 감소율(17.2%)보다 하락폭이 컸다. 거래량이 1800건에서 1783건으로 0.9% 줄어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더 두드러진다.

시장 국면이 바뀔 때는 투자수요가 실수요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통설(通說)이다. 정부 정책 등의 충격이 투자수요가 많은 강남 지역에 가장 먼저 반영되고 그 여파가 외곽으로 퍼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촉발된 최근 하락 장세에서는 강북의 소형 아파트 시장이 강남보다 앞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 값은 지난해 1∼9월 9.6% 올라 서울에서 강남(14.6%) 서초(13.8%) 강서구(11.1%) 다음으로 상승세가 가팔랐다. 하지만 11월 마지막 주 하락세(―0.03%)로 바뀌었고 12월 넷째, 다섯째 주에도 전주 대비 0.03%, 0.02%씩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노원구에 앞서 주간 평균 매매가가 떨어진 서울 자치구는 강동·금천구뿐이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강북 소형 아파트의 매매 거래가 크게 줄면서 일부 단지의 호가는 한 주 새 1000만 원 이상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아파트는 전주 대비 최대 3500만 원 내렸다. 상계동 상계주공 7단지 전용 45.9m²는 지난해 10월 초 역대 최고가(2억4500만 원)에 팔렸지만 이후 1000만 원 정도 떨어진 가격에 2건만 거래됐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낮은 금리와 높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을 이용한 ‘갭 투자’ 등이 유행하며 한때 강북에 몰렸던 투자수요가 사라진 게 최근 거래 실종의 주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노·도·강 3구에선 전세가율이 75%에 육박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액만으로 소형 아파트를 사들이는 갭 투자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작은 투자금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거나 집을 산 뒤 전세로 내놓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전세금 오름세가 멈추고 매매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이 수요가 뚝 끊겼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계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8월까지 1억 원 미만 소자본으로 집을 사려는 ‘갭 투자’ 수요가 전체 문의의 절반이 넘었다”며 “이들이 한꺼번에 전세를 놓으면서 전세가 상승세가 꺾였고 일부는 벌써 되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계동 S공인중개소 대표는 “재건축 특수를 기대하고 집을 샀던 사람들도 지난해 11월부터 매도에 나서 7, 8월보다 호가가 2000만 원 정도 떨어졌다”고 전했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실수요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상계동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해 집값 전망을 어둡게 본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미루고 별내지구(경기 남양주시) 등의 신규 입주 단지에서 싼 전세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북도 더 이상 투자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갭 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대출을 낀 소액투자자”라며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면 이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올해 남양주·구리시 등 서울 강북 지역 주변 택지지구에 입주를 앞둔 아파트가 많아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부동산#아파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