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수 소주가 되레 음주량 늘려… 숙취해소음료 업체들 함박웃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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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주 바람 타고… 술 깨는 시장, 잠 깼네

숙취해소제를 손에 들고 직장인들이 회식 자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연말 잦은 회식 자리를 앞두고 여러 업체가 갖가지 성분이 담긴 숙취해소제를 출시하고 있다. 한독 제공
숙취해소제를 손에 들고 직장인들이 회식 자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연말 잦은 회식 자리를 앞두고 여러 업체가 갖가지 성분이 담긴 숙취해소제를 출시하고 있다. 한독 제공
《 직장인 박재철 씨(28)는 술이 늘었다. 분명 주량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술자리가 끝나고 테이블을 보면 빈 술병이 전보다 많아졌다. 이유는 이 ‘순한 녀석’ 탓. 요즘 저도수 소주를 많이 찾는데 술술 넘어간다고 주는 대로 마시다보니 전보다 더 많은 술을 먹게 된 것이다. 이런 직장인이 한둘이 아니다. 저도수 소주의 출현으로 술자리 부담이 줄었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주량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와 상관없이 많은 양의 술은 다음 날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숙취해소제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

○ 울금에서 홍초까지 다양해진 숙취해소제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성인 남녀 270명을 대상으로 중·저도수 소주를 마시면서 음주량이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한 결과 23%는 음주량이 전보다 ‘약간 늘었다’고 답했다. ‘많이 늘었다’(14.4%)고 답한 응답자도 꽤 많았다. 특히 여성의 42%는 저도수 소주를 마신 뒤 음주량이 늘었다고 답해 남성(34%)보다 저도수로 인한 음주량 증가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도수 소주라는 신시장 개척으로 소주 업체들은 모처럼 웃었다. 롯데칠성이 올해 3월 내놓은 과일향 소주 ‘처음처럼 순하리’는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병이 팔렸다. 다른 소주 업체들도 잇따라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며 저도수 소주 시장이 형성됐다. 이 때문에 소주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8.2% 늘었다. 이젠 위스키 업체들도 낮은 도수의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소주 업체만 웃은 게 아니다. 음주 전후 찾는 숙취해소제 시장도 파이가 커지고 있다. 숙취해소제 시장은 매년 크게 성장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1992년 180억 원이던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현재 1500억 원 정도로 늘었다. 연평균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제약업체와 식음료업체까지 숙취해소제를 내놓고 있다. 울금부터 식초까지 성분도 다양하다.

지난해 5월 제약사인 한독은 숙취해소제 ‘레디큐’를 출시했다. 레디큐는 울금에서 추출한 커큐민 성분으로 만든 제품이다. 약 5000억 원 규모인 일본의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서는 80%가량의 제품이 울금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디큐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병을 돌파했다.

울금은 동의보감에 ‘술기운을 높고 먼 곳으로 보내 신을 내려오게 한다’라고 효능이 소개돼 있다. 동아제약도 최근 기존 제품에 들어 있던 강황 성분을 10배 이상으로 증량한 ‘모닝케어 강황’을 출시했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은 홍삼 숙취해소음료 ‘정관장 369’를 지난달 출시했다. 정관장 369는 6년근 홍삼에 헛개나무, 울금 등을 결합한 제품이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3년의 개발 및 임상시험을 거쳐 특허 등록을 마쳤다”고 했다.

식품업체인 대상 청정원도 식초 성분으로 만든 ‘홍기사’ 제품을 출시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홍기사는 식초에 아스파라긴산, 헛개나무 등의 원료를 혼합한 제품이다. 먹는 방법도 조금 다르다. 소주 한 병에 홍기사 한 병(50mL)을 섞어 마시면 된다. 대상 관계자는 “술에 섞어 칵테일처럼 상큼하게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 연말 술자리 어떻게 버틸까

그렇다면 숙취해소제는 언제 먹어야 할까. 제조사들에 물었더니 난색을 표했다. 대부분 “술 먹기 전후”라는 애매한 답변만 내놓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속을 편하게 해주는 성분이 대부분 있어서 음주 전에 먹어도 되고 음주 후에 먹어도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숙취해소제만 믿고 1차, 2차, 3차 끝없이 되풀이되는 술자리를 버틸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숙취해소제를 미리 먹어두면 자기도 모르게 주량이 늘어날 수 있다.

의사들은 자신의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셨을 때는 최소 48∼72시간은 쉬어야 간 기능이 회복된다고 조언한다. 음주 전에는 간단하게라도 요기를 하고 되도록 안주와 함께 즐기는 게 바람직하다. 또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특히 피해야 한다. 술을 해독할 때 간에서 산소를 필요로 하는데 흡연 때문에 산소 공급량이 적어지면 해독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숙취 해소에는 사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최고다. 분위기에 휩쓸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더라도 물을 그만큼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된다. 또 음주 후에는 북엇국 같은 속을 달랠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다. 사실 애초에 술을 적당히, 주량에 맞게 마시는 게 최고인데 회식이란 게 어디 그게 가능한가. 기자의 비법을 소개한다. 술 마실 틈이 없게 말을 많이 하면 된다. 그렇다면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도 할 수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소주#저도주#숙취해소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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