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는 타교 교사 모셔와 특강… 학생들 스스로 배울 내용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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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별 일반계 고교평가]전주고-춘천여고의 1위 점프 비결은

동아일보와 하늘교육이 전국 1614개 일반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 큰 폭의 성장을 보인 전북 전주고와 강원 춘천여고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인문계 고교의 기본인 학력 신장을 위해 힘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실력에 따라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는 등 수요자인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 자존심 버리고 외부 강사까지

비평준화 시절 전국 최상위권 입시 성적을 자랑하던 전통의 명문고인 전주고는 1981년부터 평준화로 바뀌면서 주춤했고, 최근 지역 내에 자율형사립고인 상산고가 생기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본보 고교 평가에서는 전북지역 17위. 전주고의 명성에 비춰 볼 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다.

전주고 관계자는 “학력 격차가 큰 학생들을 한 가지 수업으로 만족시키기 어려웠고, 수시 확대 등 대학 입학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학생들을 늦게까지 학교에 잡아 둔다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며 “기존의 방식으로는 안 되겠다는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전주고는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학습 지도 방식과 교육과정 모두에 변화를 준 것. 일괄적인 자율학습이 아니라 수준별, 관심사별로 학생들을 나눈 뒤 이에 맞춰 보충수업을 했다. 지난해부터는 수학과 영어 과목에 심화반·기초반으로 수준별 수업을 도입했다. 심화반 수업을 받았다는 것이 학생부에 기록될 수 있도록 정식 교육과정으로 운영했다.

또 30명 정도로 소모임을 만들어 특강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전주고 교사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과학고 등에서 실력 있는 교사를 모셔 오기도 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철저히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따졌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올해 평가에선 1위로 올라섰다.

조용신 전주고 수석교사는 “입시 전형이 다양해지고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환경에서 기존의 주입식 교육은 한계가 뚜렷했다”라며 “학생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 준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 춘천여고, 맞춤형 선택형 수업 제공

지난해 고3 학생들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평준화 고교로 탈바꿈한 춘천여고는 특색 있는 방과 후 학교로 소도시 공립학교의 약점을 극복했다.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 수준을 고려해 강좌를 구성한 것. 먼저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해 ‘쫄깃쫄깃 고전 시가’ ‘수학 개념 완성반’ ‘영어 어법·어휘 다지기’ 등의 형태로 학생들이 필요한 수업을 제공하고 선택권도 줬다. 방학 중에도 1, 2학년은 80%를 넘는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최대위 춘천여고 교장은 “배울 내용을 스스로 선택하게 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며 “지역의 다른 고교와 비교해도 참여율이 높은 편인데 이는 학생들이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춘천여고는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스터디에인절’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2학년 학생이 주로 학습이 부진한 1학년 후배의 공부를 일대일로 봐 주는 것. 선배가 학교생활에 대해 조언도 하고, 친밀감도 형성된다. 박윤옥 춘천여고 연구부장은 “스터디에인절은 춘천여고의 전통이자 자랑”이라며 “2학년은 후배를 가르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해 자기 공부가 된다면서 오히려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4, 5명씩 모여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독서 동아리도 춘천여고만의 특징이다. 1, 2학년에서 300명에 육박하는 학생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생각하는 힘과 소통·공감 능력을 기르고 있다. 또 2013년에는 춘천시 동면 만천리의 신축 교사로 이전하면서 시설도 좋아져 교육 여건이 개선된 것도 올해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한 요인이다.

▼일반고 졸업생 42% “입시지도 불만족”▼

동아일보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일반고를 졸업한 재수생 3135명을 대상으로 ‘일반고의 입시 진학지도 만족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42.1%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만족은 22.9%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변화하는 입시 환경에 맞춰 학교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재학했던 고교에서 제공한 입시 정보가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불만족’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36.5%였다.

임현석 lhs@donga.com·유덕영 기자 
#전북 전주고#강원 춘천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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