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우리동네 명물]“커피한잔 드시면 미술은 덤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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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숭의동 수봉다방의 특별한 메뉴

지난달 30일 지역주민을 위한 에술문화공간인 수봉다방에서 김가람 작가(오른쪽)가 주민들을 상대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은 수봉다방에서 예술성과 지속성을 가진 전시 공연 워크숍을 펼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지난달 30일 지역주민을 위한 에술문화공간인 수봉다방에서 김가람 작가(오른쪽)가 주민들을 상대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은 수봉다방에서 예술성과 지속성을 가진 전시 공연 워크숍을 펼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경인전철 제물포역(남부역) 건너편 제물포시장을 지나 수봉산으로 가는 언덕길에는 지은 지 수십 년 된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인천을 대표하는 구도심인 인천 남구 숭의동 9-19 일대 수봉영산마을이다. 수봉산을 끼고 있어 한때 주거지로 각광을 받았지만 주민들이 신도시 아파트로 떠나면서 최근에는 거주자가 크게 줄었다.

특히 낡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수봉영산마을 숭의 4·7구역은 재개발 재건축의 기대감이 높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개발해제지역’이 되면서 마을 분위기가 더욱 침체됐다. 현재는 ‘저층 주거지 관리 사업’ 지구로 남아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이곳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인 ‘수봉다방’이 문을 연 것이다. 방치된 빈집에 전시 공간과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 공간을 설치했다. 수봉다방은 이 동네에서 꽤 유명했던 옛 ‘경기슈퍼마켓’에 들어섰다. 1층 전시 공간에 들어서자 젊은 작가 8명이 만든 설치미술 작품 등이 관람객을 맞았다.

이 중 박혜민 작가의 ‘밥 먹고 가세요 #1 부대찌개’라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나무로 만든 낡은 평상 위에 8개의 미술 작품이 올려져 있었다. 바로 옆에는 부대찌개의 재료인 고춧가루, 다진 돼지고기, 김치, 라면 등 8가지 재료를 표시한 정사각형 공간이 있었다.

박 작가는 10일 오후 5시 부대찌개 재료를 가져온 주민에게 자신의 미술작품을 하나씩 선물로 줄 예정이다. 지역 주민과 함께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으면서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물물 교환 퍼포먼스를 여는 것이다.

영국에서 유학한 신인작가 김가람 씨(30)는 수봉다방 1층 벽에 미란다 커, 앤젤리나 졸리 등 유명 연예인 4명의 다이어트 식단을 그린 4개의 정물화를 내걸었다. 김 씨는 요즘 미용실에서 헤어 커트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이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2월 중 무료 헤어 커트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서다. ‘커트 전과 후를 사진 촬영하고 전시기록물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수봉다방 2층에서는 우수 종업원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메리카노 커피 등을 판매한다. 수익금은 건물 공과금 등을 내는 데 사용된다.

경기슈퍼 옛 주인이 살았던 2층 방 안에는 멋진 설치예술 작품이 들어서 있다. 수봉다방은 남구가 관내 골칫거리인 빈집의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한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시범 사업으로 추진됐다. 남구는 최근 2억1500만 원을 들여 2층 규모(126m²)의 건물을 매입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 커피를 판매하는 다방은 주민을 위한 공동 공간으로 운영된다. 전시 공간은 청년작가 20여 명이 참가해 3월까지 그림, 영상, 설치미술 등을 선보인다. 운영 시간은 매주 화∼토요일 낮 12시∼오후 6시이며 미술관 관람료는 무료. 050-8434-1210

남구는 방치된 빈집을 지역 특성에 맞는 시설로 재활용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총 333채(일반지역 217채, 정비구역 116채)의 빈집이 있었는데 지난해 말부터 소유주와의 협약을 통해 리모델링을 거쳐 공공이용시설로 탈바꿈시켰다. 올해는 숭의동과 도화동 일대 7채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행복학습센터, 노인복지시설(경로당), 문화예술 창작 공간, 마을 기업·사회적 기업 입주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수봉다방은 비어있는 공간에 젊은 작가들의 독특한 감성이 더해져 주민과 지역에 의미 있는 대안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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