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상장비-TV화질 경쟁 뒤엔 수학이 숨어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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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TV 제조사들은 수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화질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수학자들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KAIST 수리과학과 이창옥 교수 연구팀은 수많은 방정식을 효율적으로 풀어 화질을 향상시키는 ‘병렬계산기법’을 개발했다. LG전자 제공
화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TV 제조사들은 수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화질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수학자들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KAIST 수리과학과 이창옥 교수 연구팀은 수많은 방정식을 효율적으로 풀어 화질을 향상시키는 ‘병렬계산기법’을 개발했다. LG전자 제공
《 디스플레이 장치가 개발된 뒤 좀더 선명하고 현실적인 화면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영상기술은 흑백에서 컬러로, 고화질에서 초고화질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런 영상기술의 발전은 의료 현장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입체감 있는 선명한 영상으로 몸속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기기가 속속 나오면서 전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처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영상기술의 뒤에는 다름 아닌 수학이 숨어 있다. 》

○ 화질 경쟁의 핵심은 수학

국내 지상파 방송은 올해 6월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과 9월에 개최되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대비해 다음 달부터 대대적인 초고화질(UHD) 영상의 시험방송을 예고하고 있다. UHD 영상은 화면을 구성하는 화소라는 점들이 가로 3840개, 세로 2160개로 배열돼 기존 고화질(HD) 영상보다 네 배나 크고 선명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선명하고 생생한 영상을 안방에서 감상하려면 TV가 방송사에서 보내오는 초당 60프레임의 영상을 초당 120개나 240개의 프레임으로 변환해줘야 한다. 초당 재생 프레임이 많을수록 영상은 더 자연스럽고 생생해진다.

초당 프레임 수 변환을 위해선 ‘광학 흐름’이란 수학기법이 쓰인다. 방정식의 원리를 응용한 광학 흐름 기법은 앞뒤 프레임을 참고해 그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화면을 삽입해 넣는 것이다.

앞뒤 프레임을 안다는 것은 화면을 구성하는 점인 화소들의 출발점과 도착점을 알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모든 점에 해당하는 방정식을 만들 수 있다. 이 방정식으로 중간 지점의 위치를 계산하면 없던 화면을 만들어 넣을 수 있게 되는 원리다.

광학 흐름 기법은 화질 개선을 위한 최고의 방법이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TV에 들어가는 계산용 칩의 성능 향상이 필수다. KAIST 수리과학과 이창옥 교수팀은 한 글로벌 가전사와 함께 계산용 칩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여러 개의 칩을 동시에 사용하는 ‘병렬계산기법’을 개발해 실제 TV 설계에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 상태다.

○‘평균’이 선명한 화질 만든다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 서진근 교수팀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질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영상장비 ‘자기공명저항률단층촬영장치(MREIT)’의 원천기술을 2002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 서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경희대 생체의공학과 우응제 교수 연구팀은 2008년 MREIT 장비를 개발해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자기공명저항률단층촬영장치(MREIT)는 일반 MRI에 전류를 흘려주는 장치를 더한 것이다. 몸속에 전류가 흐를 때 생기는 자기장의 변화를 MRI로 기록해서 인체 조직의 전기전도율을 영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동아일보DB
자기공명저항률단층촬영장치(MREIT)는 일반 MRI에 전류를 흘려주는 장치를 더한 것이다. 몸속에 전류가 흐를 때 생기는 자기장의 변화를 MRI로 기록해서 인체 조직의 전기전도율을 영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동아일보DB
일반적으로 MRI는 강한 자기장을 만들어 몸속 수소 분자의 반응과 분포를 통해 질병 정보를 파악한다. 반면 MREIT는 인체에 전류를 흘려 줄 때 생기는 자기장을 측정해 세포의 전기 전도율 변화를 확인하는 장치로, 정상 세포와 암 세포의 전기 전도율 차를 통해 질병 여부와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장치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인체 신호를 영상으로 만들 때 생기는 잡음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 장비들은 대부분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약한 전류를 흘리는데, 문제는 인체에서 나오는 신호의 크기도 작아진다는 것. 이렇게 되면 의료장비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잡음과 인체 신호의 크기가 비슷해 신호를 영상으로 표현할 경우 판독이 쉽지 않게 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의 ‘평균값’이 이용된다. 디지털 영상은 사물을 입자 단위로 쪼개서 그 입자를 구성하는 색을 수치 정보로 나타내는데, 특정 입자를 나타내는 수치가 인접한 입자에 비해 터무니없이 크거나 작으면 잡음으로 처리된다.

KAIST 이창옥 교수팀은 이 같은 잡음 정보와 주변 입자가 나타내는 수치의 적절한 평균치를 계산해서 잡음이 제거된 깨끗한 의료 영상을 보여 주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수학적 기법을 통해 깨끗한 화질의 저항률단층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만큼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수학적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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