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4]희곡 ‘욕조 속의 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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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소감
기쁨보다 두려움… 껍질을 박살내야 할 때가 왔다


김경민 씨
김경민 씨
한동안 글이 태산처럼 커 보여서, 다시는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기쁨보다 두려움이 큰 당선 소식이었습니다. 안일하게 갇혀 있으려 했던 껍질을 박살내야만 할 때가 왔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런 두려움 속에서 오로지 제 힘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만 또렷이 다가옵니다. 때문에 저를 지지해준 감사한 분들부터 밝히려 합니다.

가장 먼저, 저 자신보다 제 글을 더 믿어주시는 부모님, 오빠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제 말과 이야기 또한 그분들의 사랑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제게 희곡과 그 아름다움을 만나게 해주신 중앙대 디지털문예창작과 교수님들과 고연옥, 장성희 선생님 그리고 제 글의 가능성을 보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분들의 작은 격려 하나하나가 제게는 얼마나 큰 꿈으로 돌아왔는지 모릅니다.

내 청춘을 함께 그려 나가는 친구들에게도 감사합니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가장 먼저 전하고픈 중앙대 디지털문예 49기 동기들 나원, 동경, 수, 수정, 유리와 대산대학문학상 관계자 분들(특히 최종원 과장님, 장근명 대리님)과 우리 언니, 서현 언니, 진하, 재민 오빠, 언제나 아름다운 친구들 보미, 주현, 유진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름은 다 적지 못했지만 아낌없는 축하로 저를 행복하게 해준 분들께 일상에서 전하지 못할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겨우 스물여섯 해를 살아냈지만 글을 쓰는 모든 순간이 최고로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글이 운명이길 바랍니다. 그렇게 믿고서라도 계속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쉬어가되 포기하지 않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지치지 않고 글 쓰겠습니다.

△1988년 서울 출생 △중앙대 연극영화학부 졸업 △제10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 수상
    
● 심사평
엉뚱한 이야기를 밀도있게 풀어가


배삼식 씨(왼쪽)와 김철리 씨
배삼식 씨(왼쪽)와 김철리 씨
삶의 고통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 뒹구는 돌멩이처럼. 그것을 주워들고 팔매질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곰곰이 들여다보는 눈길은 드물다. 이러한 성찰 없이는 ‘팔매질’은 겨냥해야 할 과녁을 찾지 못한다. 응모작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있어 아픈 구석들을 제각각 품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작품이 현실에 결과로 드러난 고통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데 그칠 뿐, 그 고통의 근원에 대한 진지한 물음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다음 네 작품을 두고 논의하였다. 유종연의 ‘지나간, 시간들’은 장면을 엮어가는 연극적 재치가 돋보였다. 윤나라의 ‘백년손님’은 진득하게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이 좋았다. 다만 극 후반에 갑자기 끼어든 상징들이 극적 세계의 일관성을 깨뜨린 것이 흠이다. 최보영의 ‘호랑이 발자국’은 시간과 기억이라는 쉽지 않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패기는 눈여겨볼 만하나 주제에 대한 좀 더 면밀한 사유와 구성에 있어서의 밀도가 필요해 보인다.

당선작인 김경민의 ‘욕조 속의 인어’는 엉뚱한 이야기다. 작가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게 풀어놓음으로써, 말도 안 되는 이 세계의 속살 한 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극적 구조가 탄탄하며 간결한 언어는 울림이 깊다. 작가가 보여주는 절제와 유머에 대한 감각은 자신이 다루는 대상에 대한 성찰의 힘을 느끼게 한다.

김철리 연출가·배삼식 극작가
#희곡#신춘문예#욕조 속의 인어#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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