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ream/부동산 패트롤]깜깜한 부동산시장, 매의 눈으로 상품 골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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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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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앞이 칠흑같이 깜깜한데 뭐가 보이겠습니까.”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에게 하반기 시장전망을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주택시장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 데다 회생의 기미를 보이던 유럽이 다시 비틀거리면서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5·10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 전후 잠시 기대감에 반짝했던 분위기도 다시 깊은 어둠으로 돌아간 상태다.

앞이 깜깜했던 건 시장만은 아닌 것 같다. 정부는 7일 ‘2012년 주택종합계획’을 내놨다. 올 한 해 공급계획과 수급방향이 6월에 나왔으니 연간 계획이 아니라 하반기 계획이라고 해야 할까. 5·10대책을 준비하고 있어서 미리 내놓기가 어려웠다는 변명이지만 달리 보면 정부조차 방향을 제시하기가 어려웠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선 한숨소리가 가득하지만 하반기에도 거시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까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세계 경제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 뚜렷한 주택·부동산 경기 회복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잘해야 ‘상저하중’을 기대하는데 그나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변수는 즐비하다. 크게는 12월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상반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던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재건축 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수도권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세시장 동향과 지방 신도시의 분양 성적도 관심사다.

투자자들에게도 힘든 시기다.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으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요 투자처였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점차 공급과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품과 지역을 골라낼 수 있는 신중하고 예리한 눈이 필요하다.

주택거래 실종은 이제 고점에서 집을 사서 고생하는 ‘하우스푸어’의 개인적인 하소연에 그치지 않고 밑바닥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건설사, 협력업체, 이삿짐센터 중개업 등 서민업종까지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달 개원한 국회는 ‘대선 선거대책본부’ 역할에만 충실할 모양이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분양가 상한제 철폐 등 정부 대책이 후속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고 낮잠만 자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 관련 종사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주택시장 회복지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국회(30%)를 지목할 정도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슬슬 논의하자’는 생각은 안이하다. 그땐 정상화시켜야 할 시장이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제 대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금언을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꼭 새겨두길 바란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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