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북서쪽 경계는 만주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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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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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기대 교수, 中역사서들 통해 확인

명나라가 1388년 고려와의 접경지역에 설치한 지역 군사령부인 철령위(鐵嶺衛)의 위치가 현행 고교 국사교과서에 나와 있는 한반도의 원산이 아니라 중국 랴오닝(遼寧) 성 번시(本溪) 시 부근이라는 학설이 제기됐다. 이는 고려의 영토가 기존 압록강∼원산 이남이 아니라 최소한 북서쪽 경계는 한반도를 벗어난 만주지역이었음을 뜻한다.

복기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 국학과 교수(상고사)는 17일 고조선학회(회장 서영대 인하대 교수) 정기학술대회에서 중국 역사서에서 발견한 자료를 근거로 논문 ‘철령위 위치에 대한 재검토’를 발표한다. 현행 국사교과서(89쪽)에는 고려 공민왕 때 원나라가 원산에 설치한 쌍성총관부를 공격해 영토를 회복한 것을 설명하면서 철령위도 그곳에 있었다고 표시하고 있다.

복 교수는 “대부분의 역사책에는 철령위 자리를 오늘날 함경도 원산만 일대로 설명하고 있는데 명나라의 철령위 설치에 반발해 공격에 나선 이성계는 함경도가 아니라 중국 요동으로 향했다”며 “이 모순을 발견하고 중국 지리 역사서를 확인한 결과 철령위의 위치를 랴오닝 성 번시 시 부근으로 새로 설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明군사령부 ‘철령위’ 위치
원산만 아닌 랴오닝성 번시市”
日학자들 잘못된 고증대로
고려영토 한반도內로 인식


명나라가 1461년 편찬한 지리서인 명일통지(明一統志)에는 철령위에 대해 “도사성(都司城) 북 240리에 있다. 옛날에는 철령성이었고 지금의 철령위 치소(관청 위치) 동남 500리에 있었다. 고려와 경계를 접했다. 홍무 21년(1388년)에 철령위를 그곳에 설치했다가 26년에 지금의 치소로 옮겼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복 교수가 확인했다.

도사성은 오늘날 랴오닝 성 랴오양(遼陽) 시이며 이곳에서 북쪽으로 240리 떨어진 톄링(鐵嶺) 시에 철령위가 있었다는 기록이다. 톄링 시의 이름은 철령의 중국어 발음으로 옛 지명이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다. 아울러 처음 설치된 철령위는 이곳에서 동남쪽 500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기록으로 추정하면 이는 오늘날 번시 시 인근이라고 복 교수가 말했다. 복 교수는 청나라에서 발행한 중국 랴오닝 성 역사서인 ‘성경통지(盛京通志)’와 중국 기전체 사서 24사 중의 하나인 명사(明史)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음을 확인했다.

복 교수는 “지금까지는 일본학자들이 고증한 철령위 위치(원산) 등으로 인해 고려시대 국경선이 서쪽으로는 압록강을 넘지 못하고, 북쪽으로는 함경도 중부지역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고려사에 기록된 대로 고려시대 국경선은 한반도 안쪽이 아닌 북으로는 멀리 선춘령(두만강 북쪽으로 700리)이었고 서쪽으로는 중국 요동지역이었다는 것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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