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됐나?

  • 입력 2008년 12월 12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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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됐나?

“성화! 당신 차례야!”

이름이 불리기 무섭게 무대로 뛰어나간다. 즉시 그들이 요구하는 춤을 보여야 한다. 발레를 시키기도 하고, 시범을 보인 춤을 따라해 보라고도 한다. 기계적인 부분도 필요하지만, 상상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심사위원이 “너는 돌이고, 너는 심장이고 너는 사람이다”고 말하면 바로 표현해야 한다.

태양의 서커스 오디션 장면은 케이블 TV에서 보던 모델의 서바이벌을 떠올리면 된다. 탈락하면 바로 굴욕의 뒷모습을 보여야 한다. 1분 전까지 함께 웃던 지원자라도, 1분 뒤를 모른다.

“한 파트를 5분 시키고 1명 자르고 또 2명 자르고… 계속 잘라요.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고요. ‘다 잘려나가는데, 내가 요 부분에서 살점이 안 떨어져나가면 기분이 좋겠구나’생각했어요.”

그에게는 “파이어볼(fireball)이 돼라”는 요구가 떨어졌다. 순간 불공인지 불같은 공인지 판단도 안 섰다. 의미를 알 수 없어 숨 막힐 것 같은 눈 깜박할 시간이었다. 그는 ‘공이 생명이 있다면 얼마나 뜨거울까?’가 번뜩 떠올랐다.

강한 비트의 음악이 흐르자 ‘구른다고 공이 아니다’고 생각하며 “뜨거워서 난리가 나서, 물을 찾는 공”을 표현했다. 영화 ‘캐스트어웨이’의 배구공 ‘윌슨’처럼 김씨는 그 자리에서 사람인 것만 같은 공으로 돌변했다.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기 마련.

“바(bar)라고 가정하고, 유혹하는 연기를 하라”는 문제도 나왔다. 다른 이들은 다리를 꼬고 앉아 끈적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오버하면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저 일상적인 부분을 보여줬다.

“만일 제가 나이트클럽에 갔는데, 모르는 친구가 마음에 드는 경우를 상상했어요. 말을 할 수는 없고, 눈치를 주는 표정을 짓다가 점점 다가가 장난도 치고…창피하니까 술도 마시고, 약간의 실수도 하면서 전화번호를 따는 거죠.”

그는 휴대폰을 꺼내 상대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연기를 했다.

오전 9시부터 7~8시간 진행된 오디션 셋째 날, 피 말리는 오디션이 끝나고, 합격이 결정됐다. 끝은 아니었다. “이젠 자르지 않겠으니 좋은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라”고 했다. 전통춤을 추는 지원자도 있었고, 소리를 지르는 지원자도 있었다.

김 씨는 바지춤을 느슨하게 해 크라운 같은 콩트를 선보였다. 손을 들어 인사를 하면 헐렁헐렁한 바지가 벗겨지는 코믹 퍼포먼스였다.

결국 90여 명의 지원자 중 최종 11명이 오디션을 통과했다. 뒤풀이도 하고, 단체사진도 찍었다.

김 씨는 처음부터 합격의 운이 따랐는지도 모르겠다. 오디션 내내 옷핀으로 꽂아둔 시험번호명찰을 사진으로 찍고 있었다. 그가 받은 번호는 럭키 세븐이었다.

◇ 태양의 서커스는 어떤 단체?

작년부터 한국 관객을 찾은 ‘태양의 서커스’는 현재 잠실구장 옆 빅탑에서 ‘알레그리아’를 공연하고 있다. 지난 해 ‘퀴담’으로 서커스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찬사를 받으며, 2007년의 최대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올해 다시 서정성이 짙은 ‘알레그리아’로 높은 티켓 판매율과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며, 27일이면 2008년의 한국투어가 끝이 난다.

‘태양의 서커스’는 회사 이름이고, ‘퀴담’과 ‘알레그리아’가 작품 이름이다. 일반인들에게는 형형색색의 분장을 한 배우가 서커스 동작을 선보이는 TV 전자 제품 광고로도 익숙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가 있으며, 40여 개국에서 선발된 4000여 명의 직원들이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일하고 있다. 댄서, 가수, 안무가 등 아티스트만 해도 1000명이 넘는다.

태양의 서커스는 알레그리아 외에도, 바레카이(유럽), 퀴담(멕시코), 쿠자(북아메리카), 드랄리온(호주) 등 18개의 작품이 각국에서 공연되는 중이다. 특히 쇼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 라스베가스에서는 ‘오’‘카’‘러브’ ‘미스티어’‘주매니티’ 등 총 5편의 서커스가 상시 공연될 정도다. 2009년에는 엘비프 프레슬리의 삶을 그린 서커스가 새롭게 올려질 예정이다.

지금은 체계적이고 광대한 선진 공연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소규모 마을 극단으로 출발했다. 1980년대 초반, 캐나다의 퀘벡 시 근교 벵셍폴 마을에서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마술과 춤을 보여주면서 구경꾼을 모은 것이다.

‘벵-셍-폴 마을의 죽마 타는 사람들’이라고 불리던 이 극단 사람들은 언젠가 퀘백 주를 대표할 만한 서커스를 만들어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하자는 포부를 갖게 된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1984년 ‘태양의 서커스’ 회사를 창립한 기 랄리베르테였다.

20여 명의 길거리 극단은 20년이 지난 지금, 200여 개 도시를 돌아다니는 거대한 서커스 극단으로 발전했다. 공적 보조금이나 사적 기부금도 받지 않은 채, 자체 공연 수익만으로 극단을 유지하는 최대공연기획사로 성장한 것이다.

김성화 씨는 현재 본사 몬트리올의 캐스팅 부서에서 합격 공고를 받은 상태다. 기존 작품에서 배우가 교체되거나, 새로운 작품이 기획되는 단계에서 김 씨가 투입된다. 세계무대를 도전하는 그의 꿈이 태양의 서커스 같은 절차를 밟길 바래본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p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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