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난지골프장, 시민공원으로 재탄생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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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공원’ 내일 일반개방

2010년까지 135억원 들여 카페-조형물 설치

쓰레기 퇴적층 볼 수 있는 투명 엘리베이터도

꽃이 만발한 섬(광복 전)→땅콩 밭(1960년대)→쓰레기 매립장(1970년대 후반)→골프장(2004년)→환경·문화 공원(2008년).

쓰레기 매립지 위에 조성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골프장(9홀)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환경·문화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는 대중골프장이 들어섰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노을공원(36만7329m²)을 가족 공원으로 조성해 다음 달 1일 공식 개장한다고 30일 밝혔다.

노을공원은 2004년 6월 골프장과 함께 만들어졌으나 공원 내에 있는 골프장(19만5443m²) 때문에 주변 지역까지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1일 문을 여는 노을공원에 가면 잔디가 잘 가꿔진 탁 트인 골프장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

아직까지는 산책로와 화장실, 벤치 등 기본적인 시설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시는 다음 달부터 2010년까지 135억 원을 들여 노을공원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우선 골프장 페어웨이 곳곳에 국내 대표 작가들의 조각 작품을 설치하고, 현상 공모를 통해 노을공원의 상징성을 담은 랜드마크 조형물도 세운다.

공원 한가운데 있는 습지에는 습지원을 만들고 습지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정원도 조성한다.

가장 특별한 시설은 매립된 쓰레기가 아직 남아 있는 공원 동쪽에 만들어지는 투명 엘리베이터다.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면 층층이 쌓여 있는 쓰레기의 퇴적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쓰레기 매립지 위에 조성된 환경공원’이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 공원 동쪽에 있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잇는 다리도 만들어진다.

한강변과 맞닿은 공원 남쪽에는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노을카페를 설치해 전망대와 공연장으로 활용한다.

난지골프장은 2000년 서울시의 대중골프장 건설 계획에 따라 조성 작업이 시작됐다. 사업자로 선정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04년 6월 골프장을 완공했지만 건설 직후 골프장 운영권과 입장료를 둘러싸고 양측은 갈등을 빚었다.

서울시가 골프장 운영권을 서울시에 귀속시키는 조례를 제정하자 공단은 서울행정법원에 조례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해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와 함께 2005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료 시범 라운드라는 이름으로 골프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이에 서울시는 2006년부터 골프장의 가족 공원화로 방향을 전환했으며 지난달 투자비 보전 및 시설물 소유권 이전 비용으로 183억8000만 원을 공단 측에 지급했다.

이 때문에 사업 변경으로 예산을 낭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골프장 건설에는 모두 146억 원이 소요됐고, 올해 6월 말까지 모두 11만여 명(하루평균 180여 명)이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했다.

서울시 안승일 푸른도시국장은 “다시 태어나는 노을공원은 ‘생명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보여주는 게 기본 개념”이라며 “골프장보다는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게 낫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시는 인근 하늘공원을 하루 평균 5000명, 연간 185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 점에 비춰 하늘공원보다 1.8배 큰 노을공원에는 더 많은 시민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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