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맹세, '페지' VS '유지' 논란 휩싸여…

  • 입력 2006년 7월 20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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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 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이하 맹세)’가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지난해 9월 현행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국민의례 절차에서 ‘맹세’를 삭제하는 내용의 ‘대한민국국기법안(국기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이미 같은 해 6월 ‘맹세’가 포함된 ‘국기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였다.

행자위에 계류 중이던 이들 법안이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재 점화된 논란은 보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 의원은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맹세는 역사성과 자유, 진실, 정의, 국민의 여론에 맞춰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며 “박정희 정권 시대인 70년대 초반에 군대식의 형태를 갖추면서 며칠 만에 만든 내용”이라고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또 “맹세 내용은 상당히 군국주의적인 훈육 용어”라며 “국기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지만 문구를 낭송할 할 필요는 없다. 국가를 사랑하고 국기를 존중하는 마음만 있으면 표현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의원측은 “지난 16대 국회에서 국기법을 발의했지만, DJ정권 하에서 통일문제, 대북정책, 한반도기 사용문제 때문에 통과 되지 못했다”며 “17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는데, 홍 의원이 3개월 뒤에 ‘맹세’만 제외시킨 똑 같은 법안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행자위의 국기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일본·중국 등 상당수의 나라들은 ‘국기’에 대하서 헌법 또는 법률로 정하고 있다. 또 미국은 1892년 국기에 대한 맹세를 법률로 재정했고, 많은 주가 낭송을 의무화하고 있다.

누리꾼 64%, “맹세, 현 상태 유지”

인터넷에서도 맹세 존폐를 놓고 뜨거운 찬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현 상태로 맹세를 유지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다음’ 토론방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기에 대한 맹세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여론조사에서 누리꾼 64.2%(1만 1160명)는 ‘유지’를 주장했다.

반면 ‘폐지’ 의견은 22.3%(3882명)에 그쳤다. 이밖에 ‘문구수정’ 의견이 12.0%(2082명), ‘판단유보’는 1.5%(262명)였다. 이 설문은 20일 오후 현재 1만 7382명이 참여한 상태다.

아이디 ‘성실’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애국에 대한 일깨움이요 다짐이다. 이것을 없애자. 문구를 바꾸자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개인주의가 극에 달하면 국가가 눈에 안 보인다고 하더니 지하에 계신 순국선열들이 통곡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zkdkf’는 “우리나라가 요즘처럼 민족성을 잃어갔던 적이 없었는데, 이마저 사라진다면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라고 기억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찬유’는 “맹세 낭독 귀찮기만 하고 말한다고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생각을 얼마나 더 하겠느냐”며 “지금 시대에 국가에 절대복종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003년 대학언론사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은 군사파시즘이자 일제잔재”라고 주장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하지만 유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언제나 국민의례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편 맹세는 1968년 충청남도 교육위가 자발적으로 만들어 보급한 것이 시초다. 1972년 문교부가 이를 받아들여 전국의 각급학교에서 시행토록 했고, 1980년 국무총리 지시로 국기에 대한 경례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병행 실시하도록 했다. 이후 1984년 2월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으로 법제화 됐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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