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행복한 세상]애니 음악 '쏭 시리즈' 만든 김희빈-조재윤씨

  • 입력 2003년 9월 24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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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빈씨(오른쪽)와 조재윤씨는 밝고 발랄한 '쏭 시리즈'로 인터넷 이용자들끼리 즐거움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권주훈기자 kjh@donga.com

김희빈씨(오른쪽)와 조재윤씨는 밝고 발랄한 '쏭 시리즈'로 인터넷 이용자들끼리 즐거움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권주훈기자 kjh@donga.com

당신은 ‘당근쏭’이나 ‘밥풀떼기쏭’, ‘숫자쏭’이라는 별난 이름의 ‘쏭 시리즈’를 아는가. 알고 있다면 좋은 친구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울하고 침울했을 때 그 친구가 ‘쏭 시리즈’를 배달해 주었을 테니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음악과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쏭 시리즈’가 인기다.

붉은 몸통에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당근들이 무리를 지어 춤추고 노래하는 ‘당근쏭’, 밥상 위에 있던 밥풀들이 공중으로 떠올라 노래를 부르는 ‘밥풀떼기쏭’…. 이들 ‘쏭 시리즈’는 얼핏 들으면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유치한 합창처럼 들리지만 용기와 위로, 격려의 메시지로 작은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청량제’=인간 사이의 따뜻한 애정을 담은 ‘당근쏭’을 들으면 1분이 채 안 걸리는 시간동안 행복한 마술에 걸린다. 처음에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피식거리며 웃음꽃을 피우고, 마음속으로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밝고 맑은 기분이 들도록 하는 이런 ‘쏭 시리즈’는 콩떼기쏭, 밥풀떼기쏭, 당근쏭, 해피쏭, 숫자쏭으로 이어지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 공개된 ‘숫자쏭’은 인터넷에 공개된 지 2시간 만에 이를 만든 주인공들의 메신저로 다시 배달될 만큼 빠르게 인터넷을 ‘감염’시켰다. 이런 인기 덕택에 인터넷에는 ‘당근쏭은 누가 만들었나요’라는 질문들이 떠돌 정도다.▽28세 동갑내기 ‘일’ 내다=‘당근쏭’을 만든 주인공은 인터넷서비스회사인 NHN에 근무하는 김희빈씨(28)와 조재윤씨(28). 카드회사 바른손에서 근무하던 올해 4월 ‘콩떼기쏭’을 첫 작품으로 재미있는 ‘e-카드’를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나온 것.

음악을 전공한 김씨는 NHN에서 작곡을 맡고 있고, 조씨는 가사와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2000년 9월부터 회사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줄곧 카드나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음악을 3000곡 이상 만들었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확정되면 하루 만에 인터넷에 올릴 정도.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당근쏭’은 ‘당연하다’는 말을 ‘당근’으로 사용하는 네티즌들 용어에서 힌트를 얻었다. 두 사람은 야외수련회 술자리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당일 밤에 가사와 곡을 붙여 사흘 만에 노래를 완성했다.

가장 최근 만들어진 숫자쏭은 조씨가 맥줏집 창문 밖으로 보이던 ‘영심 노래방’이라는 간판의 ‘영(0)’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노래는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이용해 사랑을 고백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쏭 시리즈’의 대부분은 이처럼 술을 먹거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조씨가 갑자기 떠오른 가사를 수첩에 적으면 같이 있던 김씨가 그 위에다 음표를 그리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초안이 잡힌 곡은 바로 회사에 있는 작업실에서 김씨가 직접 건반을 두드려 녹음하고, 다시 다듬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애니메이션은 사내 전문가에게 맡긴다.

그렇다고 쉽게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숫자쏭’은 기획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두 사람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바로 휴지통으로 들어가기 때문.

▽재미있는 멜로디와 가사, 아이 같은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이들이 만든 노래는 아이들이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특징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에 대해 두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 아무나 데려다가 녹음한다”고 싱겁게 대답했다. 기분이 나면 자신들이 직접 부르기도 한다. 아이 같은 목소리의 비결은 음성을 살짝 변조하는 것. 원래보다 음을 2∼3도 높이고, 속도도 7∼10% 정도 빠르게 하면 재미있는 목소리가 탄생한다.

조씨는 기획의 기본 원칙에 대해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으면서도, 유치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청년은 자신들의 노래를 통해 “힘내세요, 모든 게 잘될 거예요”라는 ‘즐거움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당근쏭이 단순한 사랑노래였으면 인기를 못 얻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직장일이 힘들거나 괴로운 일이 있는 사람들이 직접적인 화법으로 자신을 격려해주는 목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에 입소문을 탔을 겁니다.”(조씨)

▽두 사람은 오랜 친구=이들이 만든 노래는 인터넷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벨소리로도 많이 퍼졌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이들이 돈을 많이 벌어들인 줄 알고 있다.

“그래도 친구들이 노래가 유명해졌으니까 한턱내라고 하면 기분은 내죠. 좋아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승화시킨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김씨)

이들은 서울 금천구에 있는 문일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음악동아리 활동을 한 친구사이. 회사를 두 곳이나 같이 다니면서 음악으로 맺어진 우정을 10년이 넘도록 지켜가고 있다. 두 사람은 또 별도의 음악밴드 활동도 하고 있다. 단원은 딱 두 사람. 이름은 파츠(PARTZ). 조씨가 노래를 하고 김씨가 연주를 맡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홍대 앞 언더그라운드 악단을 위한 카페에서 노래를 했지만 요즘은 일이 바빠 잠시 쉬고 있다.

살고 있는 동네도 비슷해 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지금도 거의 같이 붙어 지낸다. 조씨는 아직 여자친구가 없고, 김씨의 여자친구는 외국에 있는 것도 두 사람의 ‘동거’ 시간을 길게 하는 한 원인. 새로운 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이들을 매일 500여곡이나 되는 음악을 듣도록 만들었다.“우리 대중음악은 너무 편향돼 있는 것이 많이 안타까워요. 세상에는 좋은 음악이 정말 많습니다. 여러분, 좋은 음악 많이 듣고 행복하세요.”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캐릭터'쏭' 감칠맛 하루피로 사르르▼

집에 밥을 잘 안 먹는 세 살배기 아이가 있는가. 그럼 오늘 당장 인터넷을 뒤져 ‘밥풀떼기쏭’을 들려줘보라. 이 노래는 식탁으로 유인하는 마력 때문에 유치원 선생님들 사이에 인기다. 올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인터넷 ‘쏭’은 당근쏭을 비롯해 우유쏭이나 피망쏭, 토이쏭, 야채쏭 등으로 다양해졌다.

당근쏭은 바른손닷컴이 6월 ‘e-카드’ 형태로 제작, 선보이며 게시 하루 만에 1만건이 발송되는 등 네티즌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대표적인 ‘캐릭터 쏭’이다. 노랫말은 ‘나 보고 싶니 당근! 내 생각나니 당근! 알럽뷰 유럽미 당근 당근 당근!!’으로 시작해 ‘때로는 짜증나고 때로는 힘들어도, 너의 곁엔 언제나 웃고 있는 날 생각해, 때로는 슬퍼지고 때로는 워로워도, 너의 곁엔 언제나 함께 하는 나를 생각해’로 끝난다.

토이쏭과 숫자쏭은 NHN이 9월 3일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인 엔토이와 함께 등장했다. 숫자쏭은 ‘1초라도 안 보이면 2렇게 초조한데 3초는 어떻게 기다려 4랑해 사랑해 널 사랑해 5늘은 말할꺼야∼’ 등 1부터 10까지의 숫자로 가사가 만들어졌다. 엔토이는 숫자쏭에 대한 높은 인기를 별도의 블로그(www.entoi.com/ssong)에 소개하고 있다.

로플쏭은 로플넷이 7월 말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카드 제작 업체 바른손과 함께 제작해 배포했다. ‘즐거움을 찾고 싶니, 새로움에 목마르니 로플로플’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흥겨운 멜로디로 짜증나고 지루할 때 로플을 찾으라는 내용의 홍보성 가사를 담고 있다. 검색어 사전에도 나올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피망쏭은 네오위즈가 8월 피망닷컴을 오픈하면서 선보인 작품. ‘뭘까뭘까 팡팡터져 팡팡피망∼ 힘들고 어려울 때 피망이 터져요 팡팡∼’이라는 가사.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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