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AI, 책 추천 연구 좀 더 해야겠는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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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 인공지능 서비스 수준은

서점들이 요즘 책 추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책 추천은 까다로운 일이다. 책의 종류는 너무 많고 지적 수준, 최근 관심사, 성격, 취향은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과연 기계가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책 추천 서비스가 어디까지 왔는지 직접 체험해봤다.

○ 자녀 나이 족집게…어려운 질문엔 ‘침묵’

교보문고는 지난해 말 추천 코너를 신설했다. 장기완 교보문고 모바일인터넷 마케팅팀 과장은 “기존에는 특정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함께 샀던 책을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이 서비스는 개인의 구매 이력과 비슷한 성향의 구매자를 함께 분석해 책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이 서점 회원인 기자가 홈페이지에서 로그인을 한 후 추천 코너에 들어가니 눈에 띄는 건 ‘5세 수학학습지’였다. 언젠가 구매했던 다른 책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한 듯했다. 실제로 기자의 아이는 올해 다섯 살이라 놀라웠다. 최근 즐겨 읽는 종교서적 추천도 흡족했다. 다른 서점에서 이미 산 책도 포함돼 있을 정도로 적중률이 높았다. 관심이 없는 ‘보고서 잘 쓰는 법’이 포함된 건 옥에 티였다.

인터파크 도서는 챗봇(Chatbot·대화형 로봇) ‘톡집사’가 책을 추천한다. 톡집사와 대화창을 열고 추천 테마 중 ‘책 읽는 겨울방학’을 선택했다. 광범위한 주제지만 4∼7세용 그림책이 주로 떴다. 톡집사도 아이 나이까지 얼추 맞힌 셈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상담을 하려고 하자 별도의 창이 뜨며 “원활한 답변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 오전 9시∼오후 1시까지 된다”는 안내가 나왔다. 로봇이 칼퇴라니. 서점에 문의하자 “가격이나 할인 정보 외 개별 취향에 따른 추천 문의는 상담원이 보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예스24는 장바구니 내역, 구매자의 리뷰, 평점을 분석해 책을 권한다. 하지만 책을 골랐을 때 관련성 높은 책이 상시 노출되는 기존 방식과 외형상 다른 점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이 서점은 현재 딥러닝을 기반으로 검색, 조회, 내용 유사도까지 분석한 개인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강석민 예스24 디지털플랫폼개발팀장은 “올해 상반기에 콘텐츠 내용까지 분석한 추천 서비스를 전자책을 대상으로 먼저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구매 끌어내는 인공지능의 취향저격

국내 책 추천 서비스는 아직 사람 손이 더 갔고 정확도도 아쉬웠다. 하지만 출판계에서는 서점과 인공지능의 결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 해에 쏟아지는 출판물 양만 8만여 종이어서 신뢰할 만한 추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교보문고가 최근 고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신뢰하는 추천 정보는 뜻밖에도 고객 평점과 서평(29.3%), 시스템 추천(28.5%)이었다. 언론사 추천(10.1%), 베스트셀러 순위(14.4%), 지인 추천(17.7%)을 훨씬 앞지르는 수치다. 교보문고 측은 “추천 코너는 하루 2만∼3만 건의 페이지뷰를 올리고 있고 실제 구매로도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파크는 톡집사 이용 후 책을 사는 독자 수가 스스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책을 사는 경우보다 3배가량 많다고 밝혔다.

AI 서비스는 24시간 추천과 상담이 가능하다. 한 서점 관계자는 “MD 추천보다는 AI 기반의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관련 전문 인력을 더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람 대신 로봇 상담원이 책을 파는 것도 먼 미래 일만은 아닌 셈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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