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리는 우주의 어디쯤 와 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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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우주/브라이언 콕스, 앤드루 코헨 지음/노태복 옮김/408쪽·2만9000원·반니

우리가 사는 세계와 우주는 외계인들이 갖고 노는 구슬 속이나 사물함 속에 있는 게 아닐까(영화 ‘맨 인 블랙’). 사실 지구는 이미 외계인에 의해 폭파됐고(‘지구를 지켜라’·감독 장준환) 우리는 우주를 떠도는 잔해나 흔적 같은 게 아닐까.

책은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 있나’ ‘우리만 있나’ ‘왜 여기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원제는 휴먼 유니버스(Human Universe). 2014년 BBC가 만들고, 이듬해 국내에도 방영된 동명의 과학 다큐멘터리를 다큐 진행자와 총괄 프로듀서가 책으로 옮겼다.

천동설에서 빠져나온 뒤,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는 생각에서는 어떻게 벗어났는지, 태양계 밖으로 날아간 보이저 호에 있는 황금 레코드에는 어떤 정보가 어떻게 담겨 있는지와 같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천문학이나 우주론, 생명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교양 도서가 익숙한 독자라면 책이 담고 있는 개별 정보는 다소 익숙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한 만큼 사진과 일러스트, 도해 등이 풍부한 것이 큰 강점이다. 대부분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시원한 크기의 ‘올 컬러’에 질 높은 각종 시각자료가 많이 등장한다.

나란히 실린 발자국 사진 2개도 그렇다. 탄자니아의 화산재에 찍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발자국과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의 고요의 바다에 남긴 발자국 사진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도 실렸던 것이다. 두 발자국은 거리로는 약 40만 km, 시간으로는 약 370만 년 떨어져 있다. 저자들은 말한다. “이 둘은 우리가 동아프리카지구대로부터 별까지 올라온 믿기 어려운 위대한 여정을 아름답게 대변해준다.”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이자 입자물리학자인 브라이언 콕스는 ‘빅뱅 이전의 시간이 존재한다’는 다중우주론의 입장에 서 있다. 책에도 이 같은 입장이 가끔 등장하지만 이 우주론은 아직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라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인간의 우주#브라이언 콕스#앤드루 코헨#노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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