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월북 철학자 신남철을 아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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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현 교수 ‘문장선집’ 발간… 시, 소설, 평론, 논문 한데 모아

“‘조선학’이라는 것은 결코 관념적으로 조선의 독자성을 신비화하는 국수주의적 견해와는 아무 인연도 가지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조선학의 수립에 있어서는 종래의 설화적 사관으로부터 탈각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문헌적, 훈화적 연구도 고증적 교감학적 연구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조선의 ‘문제사적 연구’다.”(동아일보 1934년 1월 1∼7일자 기획 ‘최근 조선 연구의 업적과 그 재출발’에서)

박종홍(1903∼1976) 박치우(1909∼1949)와 더불어 국내 서양철학 1세대 연구자였던 신남철(1907∼1958)의 글을 모은 ‘신남철 문장선집’(성균관대출판부·전 2권·사진)이 출간됐다. 그가 일제강점기부터 월북 이후까지 쓴 시와 소설, 기행문, 평론, 논문, 신문기사를 망라해 엮은 책이다.

서울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경성제대 철학과를 졸업한 신남철은 마르크스경제학 및 철학 연구와 문예비평을 펼쳤고 1933∼36년 동아일보에서 학술 담당 기자를 지냈다. 경성제대 교수와 서울대 사범대 교수로 재직하다 1947년 전후로 월북한 뒤 김일성종합대 교수와 최고인민회의 법제의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서구 철학을 소개하고 조선학의 전통을 세우는 데 기여했지만 월북한 탓에 잊혀진 인물이 됐다.

선집을 엮은 정종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HK연구교수는 “신남철은 철학 문학 역사학 등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든 ‘종합 지식인’이었다”며 “그는 민족주의적 국학 운동을 이끈 정인보 안재홍과 달리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비판적 조선학을 연구했다”고 소개했다.

신남철은 같은 경성제대 철학과 출신으로 조선일보 기자였던 박치우와 마르크스주의를 기반으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병행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박치우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불화 그리고 불온한 시대의 철학’(도서출판 길)은 지난해 출간됐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철학자 신남철#조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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