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북핵 해결돼야 南北 개선”… 당장 군사회담부터 관철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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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대화가 시작됐지만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곧 군사회담 등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문 대통령이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천명한 것은 우리 대표단이 엄수해야 할 원칙을 분명히 해준 것이다.

이벤트성, 일회성이 강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논의와는 달리 군사회담은 비핵화 논의로 이어져야 할 전초전이다. 우리 대표단이 명확한 원칙과 통일된 입장을 갖고 임하지 않으면 모처럼의 남북 접촉이 북의 시간벌기에 이용당한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어제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은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에 주목한다.

북한은 곧 열릴 군사회담에서 ‘대남 군사카드’를 모두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영구 중단은 물론이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공동보도문에 포함된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문구를 등에 업고 한미 공조의 틈을 벌리려 할 것이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요구로 남남갈등을 노릴 공산도 크다. 문 대통령이 어제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틀 속에서 판단해야 하며 그 제재 범위 속에 있는 거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제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평창 ‘남북화해 이벤트’ 출연을 대가로 군사회담에서 흥정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평창 참가와 군사회담 안건은 명확히 구분해 다뤄야 한다. 군사 분야에서 우리가 취한 조치들은 북의 도발에 대응해 최소한의 응징과 재발방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들이다. 남북이 공동보도문에 명기한 군사회담의 목적은 ‘한반도 긴장상태 해소’였는데, 그 핵심이 비핵화 문제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북측이 그제 밤 고위급 회담에서처럼 “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거론 자체를 거부한다면 군사회담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어제 회견에서 외신기자들의 질문은 문재인 정부가 북에 양보를 할지에 모아졌다. 정부의 대북 입장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번 남북 대화는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언명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수사(修辭)가 아님을 행동으로 증명할 기회다.
#문재인#문재인 신년 기자회견#비핵화#북핵#남북 군사회담#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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