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아성 “시나리오 받고 가슴 뛰었죠, 촬영 앞두고 5일 금식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21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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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은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출연 제안에 “무서우면서도 가슴이 뛰었다”고 돌이켰다. 유관순이라는 실존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사실을 토대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고아성은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출연 제안에 “무서우면서도 가슴이 뛰었다”고 돌이켰다. 유관순이라는 실존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사실을 토대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로 돌아온 고아성

감히 손댈 수 없는 존재…연기 고민
마지막 모습은 외적인 변화도 필요
유관순 연기, 만족보단 소중한 경험


“뚝심 있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만 리더라고 생각했어요. 포용력으로 이끄는 따뜻한 리더가 진짜 리더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영화를 통해 항일운동가 유관순의 삶을 풀어낸 배우 고아성(27)은 ‘따뜻한 리더십’을 이야기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보다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움의 힘이 더 센 것 같다”면서 “그게 1 유관순의 리더십”이라고도 했다. 최근 몇 년간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그린 시대극이 다양한 소재로 완성됐지만 3·1운동과 맞물린 유관순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1959년작 ‘유관순’ 이후 처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27일 개봉하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제작 디씨지플러스)는 반갑다. 마침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기도 하다.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고아성은 “일제강점기 배경의 시대극이지만, ‘주인공 대 제국주의’의 구도가 아니어서 더 반가운 작품”이라고 했다.

● “무서움 앞서면서도 가슴이 마구 뛰었다”


역사에 뚜렷하게 기록된 인물을 연기하는 일은 배우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긴다. 특히 해당 인물이 역사적으로 높게 평가받는다면 더욱 그렇다. 항일운동가 유관순은 어떤가. 고아성은 “무서웠다”고 했다.

“작년 8월 즈음 시나리오를 받았다. 처음엔 이런 영화가 왜 나한테 왔을까 싶었다.(웃음) 이야기를 보고나니 문득 무서웠다. 그러면서도 가슴이 마구 뛰었다.”

고아성은 내심 실존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왔다. 기회 닿을 때마다 이런 뜻을 밝혔다. “100% 상상을 통해 어떤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도 매력적이지만, 실존인물의 경우 사실을 토대로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도전은 만족스러운 경험이 됐을까. 고아성은 “만족하기보다 소중했다”고 돌이켰다.

“감히 손댈 수 없는, 엄청난 존재 그 자체였다. 하하! 카리스마보다 인간적인 면을 더 드러내야 했기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공부를 했지만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 무렵 ‘인간사에 완전한 진지함은 없다’는 플라톤의 글귀를 읽었다. 평소 같으면 와 닿지 않았을 텐데, 영화를 찍을 때여서 그런지 용기를 얻었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의 고아성.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의 고아성.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항거’는 1919년 충남 병천의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뒤 겪은 1년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비좁은 감옥에 육체가 갇혔어도 영혼만큼은 자유로웠던 유관순 그리고 여옥사 8호실에 함께 갇힌 여성 항일운동가들의 이야기다. 울분에 찬 시대를 지극히 담담하게 그린 영화, 그 안에서 숨쉬는 고아성은 소리 없이 강한 저력을 드러낸다.

“연기할 때 간혹 정신이나 마음가짐으로만 100% 표현할 순 없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러니 어떤 배우는 3일 밤을 새고 촬영장에 가기도 한다. 촬영하면서 유관순의 마지막 모습은 조금 달랐으면 했다. 내면은 물론 외적인 변화까지 필요했다. 내 선택은 금식이었다. 촬영을 앞두고 5일간 금식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겪었을 테지만, 고아성은 무게에 짓눌리지 않았다. 앞선 시대를 산 한 여성의 삶을 그리면서 오히려 자극과 에너지를 채운 듯도 했다.

“유관순 열사를 단 한 마디로 축약한다면 ‘충직하다’는 말이 적합한 것 같다. 인간적인 의지, 끝내 놓지 않는 신념도 있다. 제목에 ‘유관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나는 거기에 ‘8호실 이야기’라는 부제를 더하고 싶다. 숱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한 공간에 있었다는 걸 많은 관객이 느끼길 바란다.”

한 시간의 인터뷰 동안 고아성의 눈시울은 몇 차례 붉어졌다. 영화를 처음 공개한 시사회 때 그동안 펼친 작업 과정을 돌이키면서도 눈물을 보였던 그는 작품에 끝내 담기지 않았지만 “꼭 넣기를 바랐던” 내용이 있다고 했다.

“서대문형무소와 인왕산이 아주 가깝다. 책에서 본 이야기인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동료가 감옥에 갇히면 인왕산에 올라 그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고 하더라. 감옥 안에서도 들리도록, 외롭지 않게 말이다. 영화에 꼭 넣고 싶어 감독님께 부탁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웃음) ‘그런 심정으로 연기해줘’ 하더라. 냉정한 분이다. 하하!”

배우 고아성.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고아성.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어른 친구’ 많아, 존경하면서 친해지는 법 배워”

고아성은 초등학교에 가기도 전에 연기를 시작해 10대 때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입지를 다졌다. 유관순 열사가 태극기를 들고 일제에 맞선 나이는 17세. 감옥 안에서도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끝내 옥사한 때가 18세였다. 영역은 다르지만 일찌감치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낸 과정은 고아성도 비슷하다. 그는 “나의 10대 시절은 마음껏 행동할 수 없어서 생각만 비대해진 시기”라고 했다.

“오히려 성인이 되고나서 10대 시절이 뚜렷하게 다가왔다. 어른이 되니 좋더라. 실천을 하게 되니까.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인생의 또 다른 챕터에 접어든 기분이다.”

어릴 때 활동을 시작해서인지 고아성이 ‘친구’로 부르는 이들의 나이대는 다양하다. 또래인 배우 박정민과 친하지만, 50대 김의성 역시 나이를 떠나 친구로 지낸다. 친구들 이야기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 그는 “‘어른 친구’가 많다보니 일찍부터 존경하면서 좋아하는 법을 배웠다”며 “특히 김의성 선배는 유교의식이 없는 편이어서 더 편하다”고 했다.

● 고아성

▲ 1992년 8월10일생
▲ 2004년 KBS 어린이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 데뷔
▲ 2006년 영화 ‘괴물’, 제27회 청룡영화상 신인상 역대 최연소(14세)
▲ 2013년 영화 ‘설국열차’
▲ 2014년 영화 ‘우아한 거짓말’
▲ 2015년 영화 ‘오피스’, 제25회 판시네 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 2016년 영화 ‘오빠생각’
▲ 2018년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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