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새 앨범, 들을 때마다 다른 느낌일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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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피치포크 등 美 매체서 더 주목하는 한국 힙합 듀오 ‘XXX’

서울 마포구에서 10일 만난 힙합 듀오 XXX의 김심야(왼쪽·래퍼)와 프랭크(DJ).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서울 마포구에서 10일 만난 힙합 듀오 XXX의 김심야(왼쪽·래퍼)와 프랭크(DJ).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BTS가 그들의 정치와 문화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라면, XXX는 두 개의 다른 언어를 오가며 그들의 의도를 두려움 없이 전달한다.’

지난해 12월 음악 웹진 ‘피치포크’가 한국 힙합듀오 XXX의 신작 ‘LANGUAGE’에 대해 평한 내용의 일부다. 주로 북미와 유럽의 새 음악을 소개하는 미국의 피치포크가 한국 힙합 앨범을 평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달 전에는 뉴욕타임스가 XXX를 주목했다. 이들의 싱글 ‘수작’을 머라이어 캐리, 샤데이의 신곡과 함께 ‘금주의 추천곡’으로 뽑아 지면에 실었다. 미국 빌보드지도 얼마 전 이들을 인터뷰했다.

“XXX에 별 뜻은 없어요. 둘 다 ‘X’라는 알파벳을 좋아할 뿐.”(프랭크)

10일 만난 XXX 멤버, 김심야와 프랭크는 음악이 주는 잔혹한 느낌과 달리 꽤 선한 인상이었다.

“저희 음악은 아무 데서도 영향 받지 않았어요.”(XXX)

XXX의 음악에 대한 힌트는 감성적 멜로디나 드라마로 얼룩진 ‘쇼미더머니’와 멜론 차트에서 찾을 수 없다. 용접 불꽃이 튀고 쇠 철창이 갈리는 소리 같다. DJ 프랭크(FRNK)의 혼란하고 무자비한 비트 말이다. 그 위로 사이코패스 같은 김심야의 무표정한 금속성 고음 랩이 철컹거리며 날아다닌다. XXX의 음악은 그래서 마치 공사 중인 교도소의 소리 풍경 같다.

XXX는 한국 음악 시장에 랩과 비트로 된 냉소적 얼음 채찍을 휘갈긴다. 정규 1집 ‘LANGUAGE’의 첫 곡 제목 ‘18거 1517’은 가상의 자동차 번호판. 아버지에게 좋은 차를 사주고픈 욕망을 다루되 뻔한 드라마로 흐르지 않는다.

래퍼 김심야는 고교 시절을 미국 테네시주의 작은 도시에서 보냈다.

“한국인도 없고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어요. 자연에서 벗어나고 싶어 랩을 시작했죠.”

김심야는 독특한 방식으로 랩을 독학했다. 미국 래퍼 제이지의 전곡 영어 가사에서 모음만 딴 뒤 우리 자음을 결합해 의미가 통하는 한국어 랩으로 재창조했다고. 심야라는 예명은 불면증의 경험에서 왔다.

“심야영화를 보고 잠들기에 실패한 뒤 새벽같이 다시 조조영화를 보러 나갔거든요.”(김심야)

“몇 곡 가사에 퍼즐을 숨겨뒀어요. 영화 ‘메멘토’처럼 들을 때마다 달리 해석될 앨범을 만들었습니다.”(프랭크)

XXX는 이달 말, 10곡이 담긴 신작 ‘SECOND LANGUAGE’를 발표한다. 이들의 정규 1집은 총 20곡짜리 대작이 되는 셈이다. 디지털 싱글의 시대에 유별난 행보다. 다음 달에는 새로운 작업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이왕 역수입되는 것, 제대로 한번 역수입돼 보고 싶어요.”(XXX)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xxx#bts#피치포크#김심야#프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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