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동원 “내가 공공재라고? 그래서 여친 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7월 26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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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많은 배우 강동원은 실험적인 도전을 즐긴다. 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기획 등 다양하고 “희한한 것”에 항상 시선이 꽂히는 배우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호기심이 많은 배우 강동원은 실험적인 도전을 즐긴다. 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기획 등 다양하고 “희한한 것”에 항상 시선이 꽂히는 배우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영화 ‘인랑’으로 컴백한 강동원

아마도 결혼할 상대 나타나면 인정하겠죠
힘든 거로 치면 ‘인랑’ ‘전우치’ 역대 ‘톱2’
실험적 도전…관객 알아주면 더 하고 싶어
우주·공포영화 꿈…지금은 영어공부 먼저


불이 켜진 카메라 앞에 섰을 때와 카메라가 없는 곳에 있을 때 배우의 모습은 대부분 다르다. 사실 다른 게 당연하다. 배우가 인간미를 풍길 땐 그런 다른 모습을 보일 때다. 카메라 앞과 뒤, 무대 위와 아래의 모습이 다르기로 친다면 배우 강동원(37)을 빼놓기 어렵다.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의상을 입고 시사회에 나섰을 땐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렵게 느껴지지만, 모자 푹 눌러쓰고 ‘펑퍼짐한’ 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인터뷰 자리에서는 톱스타라는 사실이 잊혀질 만큼 소탈하다. 어떤 질문에도 허심탄회하게 답할 준비가 돼있다는 듯한 여유와 내공도 느껴진다.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제작 루이스픽쳐스)으로 돌아온 강동원을 개봉일인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긴장과 책임을 앞세우기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배우이자 한 사람으로서 겪는 여러 이야기를 풀어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검게 그을린 팔뚝.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 준비를 위해 미국에 홀로 머물면서 운전하고 다니느라 탔다고 했다.

출연해주길 바라는 한국영화도 많은데 굳이 할리우드로 가서 고생하는 이유가 뭘까. ‘좋은 기회가 왔다’는 따위의 흔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데뷔 때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어린 마음에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진출하는 것보다 올림픽을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꿈이 컸다. 해외 진출해 아시아의 마켓을 키우자는 마음도 있었다. 이제 서서히 그 꿈이 이뤄지고 있다.”

영화 ‘인랑’에서 40kg에 달하는 강화복을 입고 고난도 액션을 소화한 강동원.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인랑’에서 40kg에 달하는 강화복을 입고 고난도 액션을 소화한 강동원.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공공재? 무서워! 재미있게 살고 싶다”

강동원은 즉흥적인 편은 아니다. 그가 선택하고 출연하는 영화의 제작과정에서도 그의 성향은 엿보인다. 2월 내놓은 영화 ‘골든슬럼버’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7년이 걸렸지만 그 과정을 묵묵히 기다렸고, 이번 ‘인랑’ 역시 출연을 결정하고 6년 만에 완성작이 나왔다.

“‘인랑’은 제대하고 바로 찍을 영화였다. 매년 ‘올해는 하려나’ 싶은 마음으로 한 해 한 해를 보냈다. 하하! 다른 작품들을 하면서 기다렸다. 약속을 했으니 지키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인랑’은 2029년 한반도가 배경. 남과 북이 통일 5개년 계획을 선포하자, 주변 강대국은 한반도를 압박한다. 경제가 파탄 나고, 무장 테러단체까지 등장해 공권력에 대항한다. 강동원은 이들을 막는 특수경찰 요원. 희망 없는 세상을 살아내면서 점차 인간성을 잃어가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촬영 기간만 8개월이 걸렸고, 폭염과 혹한을 견디며 무게가 40kg에 달하는 강화복을 입고 고난도 액션까지 소화한 과정에 ‘후회는 없다’는 투였다. 상당한 수위의 자동차 추격전도 대역 없이 했다. “힘든 거로 치자면 ‘전우치’와 ‘인랑’이 내 인생 역대 톱2이다. 하하!”

10년 뒤 닥칠지 모를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인랑’은 한편으론 강동원과 한효주가 만들어가는 사랑으로 이야기를 쌓아올린다. 멜로 장르에는 인색한 강동원은 ‘인랑’에선 한효주와 진한 키스신을 포함해 애잔한 사랑을 나눈다.

“멜로를 일부러 멀리하는 건 아니다.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으니까. 다만 멜로영화 시나리오가 적다. 누군가는 나를 ‘공공재’(결혼도, 연애도 하지 말고 혼자 남아달라는 의미)라고 표현하지만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말은 정말 무섭다. 하하! 술 먹고 흐트러지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

최근 불거진 한효주와의 열애설에 관한 이야기도 풀어냈다. 오래 전부터 연애 관련 질문을 받으면 ‘(여자친구가)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다’는 답을 내놓던 그였다. 이런 입장을 언제까지 유지할 거냐고, 혹시 결혼 상대가 있다면 그 존재를 인정하겠냐고 물었다.

짧은 침묵 뒤 강동원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라고 했다. 애매한 이 대답으론 부족했는지 설명을 덧붙였다.

“데뷔하고 나서부터 기자 분들이 정말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다. 아무리 일로 만난 자리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인데 거짓말은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사적인 이야기도 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말이었다.”

그의 말은 계속됐다.

“어제 김지운 감독님과 술 한 잔 하면서 문득 생각나 물었다. 감독님은 그동안 결혼할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냐고. 나도 혹시 감독님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으니까. 하하! 감독님이 배시시 웃으며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이라고 말을 흐리더라.”

배우 강동원.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배우 강동원.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모험적 성향? 희한한 거 많이 하지”

연기에만 몰두하는 배우도 많지만 강동원의 호기심은 다양한 방향으로 향한다. 영화 기획에도 오래 전부터 관심을 둬왔다. ‘마스터’같은 상업영화부터 ‘1987’처럼 어떤 사명감이 필요한 작품, ‘가려진 시간’처럼 실험적인 영화도 자유롭게 오간다. 그는 ‘모험적이다’는 평가에 동의하면서도 “사실 그런 평가는 관객이 인정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나의 실험적인 도전을 만약 관객이 알아주면 다음에 더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영화도 안 되고 도전도 몰라주면 다음엔 더 보수적으로 영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일정이 지연된 탓에 지금쯤 마무리됐어야 할 할리우드 진출작 ‘쓰나미 LA’는 9월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일정이 뒤죽박죽돼 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다”면서도 그는 ‘기획하고 싶은 영화’를 묻자 술술 이야기를 꺼낸다.

“우주에 가보고 싶고, 너무 무서워서 못 볼 정도로 무서운 공포영화도 기획하고 싶다. 슬픈 멜로?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화도 좋다. 하지만 지금은 올스톱이다. 미국에서 한계에 부딪혀 있다. 영어 배우고 나면 아무 일도 못하겠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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