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주현 “판도라, 날 온전히 봐준 작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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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낯선 얼굴이지만 김주현은 영화 ‘판도라’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20대에는 연기 열정이 크지 않았지만”이라고 돌이켜 달라질 30대를 기대하게 한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아직은 낯선 얼굴이지만 김주현은 영화 ‘판도라’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20대에는 연기 열정이 크지 않았지만”이라고 돌이켜 달라질 30대를 기대하게 한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달간 매일 대사 녹음하며 올인
지난날 부족했던 연기 열정
판도라 하면서 다시 불태웠어요

어떤 배역을 맡아도 근사하게 어울릴 것 같은 외모다. 영화 ‘판도라’를 통해 실력을 과시한 김주현(29)이 풍기는 매력이 신선하다. 단아한 듯 보이지만 건강미도 있다. 차분한 말투에서는 신중한 성격이 드러난다.

‘판도라’(제작 CAC엔터테인먼트)를 본 관객은 김주현을 ‘새 얼굴’로 받아들인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인 줄 안다. 하지만 그는 이미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했다. 출연편수가 많지 않다보니 얼굴이나 이름을 알릴 기회도 적었다.

“연기로 욕심을 많이 내지 않았다”는 김주현은 “드라마나 영화 오디션에서 여러 번 떨어지다 보니 연기를 계속 할지, 관둬야 할지 갈림길에 놓인 적이 있다”고 했다. ‘판도라’ 출연을 확정하기 전까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06학번인 그는 KBS 2TV ‘사랑아 사랑아’, SBS ‘모던파머’ 등 최근 5∼6년 동안 참여한 드라마가 서너 편에 불과하다. 막 데뷔한 신인도, 눈에 띄게 활약한 새 얼굴도 아닌 그가 제작비 150억원 대작의 여주인공을 맡은 사실 자체가 ‘파격’이다.

“2년 전 ‘모던파머’ 출연 땐 연기를 계속 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 나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이다.”

마침 박정우 감독은 ‘모던파머’를 챙겨봤다. 드라마 주인공인 이하늬가 감독의 앞선 영화 ‘연가시’에 출연한 인연 때문이었다. 이하늬를 보려고 드라마를 튼 감독의 눈에 돌연 김주현이 들어왔다.

영화 ‘판도라‘에 출연한 김주현 모습. 사진제공|CAC엔터테인먼트
영화 ‘판도라‘에 출연한 김주현 모습. 사진제공|CAC엔터테인먼트

“‘판도라’ 오디션 때 원피스를 입었다. 감독님은 내심 내가 가진 보이시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원피스를 입었다. 여기서 탈락이구나 싶은 순간,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며 목숨을 건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몇 차례의 오디션 끝에 주인공 연주 역은 김주현에게 돌아갔다. ‘판도라’에 나오는 여러 등장인물 가운데 관객으로부터 가장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지진과 원전 사고 등 재난이 겹친 아비규환의 상황에도 연주는 의연하게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

원하던 ‘판도라’ 출연 기회를 잡았지만 김주현의 난관은 계속됐다. 무엇보다 경상도 사투리를 익히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치 운동선수가 된 기분으로 철저한 계획표에 맞춰 사투리 수업을 받았다”며 “매일 연습한 대사를 녹음해 한 달 내내 감독님에게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촬영을 시작했지만 이후로도 고난의 연속. 김영애, 김남길 등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 비해 경력이 한참 떨어지는 탓에 부족함이 많았다.

“한 번은 정말 크게 혼이 났다. 감독님도 내심 마음이 쓰였는지 혼내고 난 뒤에 나를 찾았다. 그때 밥차 앞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원래 혼나도, 스트레스 받아도 밥은 꼭 챙겨먹는 편이다. 하하! 그런 날 보던 감독님이 ‘혼나고 나서 밥이 넘어 가느냐’고 타박하더라.”

김주현은 18살 때 처음 연기자를 꿈꿨다. 학교 연극반에 들어간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얼떨결에 함께 따라갔다가 연기를 시작했다. 대학 진학도 무리 없이 했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얼굴과 이름을 가장 활발히 알려야 할 20대를 ‘조용하게’ 보냈다.

“돌아보면 연기 열정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오디션을 보면 사람들은 내 나이를 먼저 묻고, 어떤 작품에 출연했는지부터 살폈다. 그럴 때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온전히 나를 봐 준 작품이 ‘판도라’인 것 같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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