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Cafe]김영희PD “‘NO!’만 외치던 김건모…결국 술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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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8일 07시 00분


51세인 김영희 PD는 제작 현장에서 활동하기 위해 위해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그는 “끝까지 하고 싶다. 언제까지라고 정한 것도 없다. 난 지금도 PD니까”라고 말했다. 일산|박화용 기자 inphoto@dong.com 트위터@seven7sola
51세인 김영희 PD는 제작 현장에서 활동하기 위해 위해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그는 “끝까지 하고 싶다. 언제까지라고 정한 것도 없다. 난 지금도 PD니까”라고 말했다. 일산|박화용 기자 inphoto@dong.com 트위터@seven7sola
■ 기획부터 섭외까지…바쁜 남자, 내일 첫 방 ‘나가수2’ 김영희 PD

기습방문에도 섭외 힘들었던 그
새벽 5시까지 술마시며 설득
첫 녹화 사흘전에야 ‘YES’ 하더라

생방송 ‘나가수2’ 부담 커졌지만
토너먼트 방식 색다른 재미 선사

나는 일하는 국장…현장이 더 좋아
목표? 플리즈∼ 두자리 시청률


“진짜 바빠 죽겠네.”

24일 오후 2시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난 김영희 PD(51)는 요즘 입에 달고 있는 이 푸념처럼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처럼 보였다. 최근 그는 이틀 합쳐 3시간 정도 밖에 못 잔다. 연출을 맡은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 때문. 김영희 PD는 “‘나가수1’ 때와는 달리 도와주는 후배 하나 없이 혼자 30여명의 가수를 만나고, 기획을 도맡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럼에도 표정은 밝았다. 방송사 국장급 PD. 제작 일선에 있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텐데, 그는 왜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할까. “‘몰래 카메라’를 할 때였다. 방송 후 다음날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사람들이 ‘몰래 카메라’ 이야기만 했다. 그 때 뿌듯함을 느꼈다. 그런데 이 맛을 ‘나가수’ 때 다시 느꼈다. 사람들이 ‘나가수’ 이야기만 하더라. ‘나가수2’에서 다시 그 느낌을 맛보고 싶다.”

● “김건모 섭외, 첫 녹화 3일 전 성공…술로 이겼다.”

- 29일 드디어 첫 방송을 시작한다. 첫 방송까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가수 섭외다. 다른 프로그램은 기획의 참신성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하지만 ‘나가수’는 ‘어떤 가수가 출연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가수 섭외에 목을 맬 수 밖에 없었다.”

- 섭외하기 가장 어려웠던 가수는.

“다 아는 것 아닌가? 당연히 김 모씨…. 하하.”

- 그렇게 힘든 김 모씨를 어떻게 섭외했나.

“첫 녹화(22일) 3일 전에 결정됐다. 밤12시부터 새벽5시까지 술을 마셔 성공했다. (김)건모가 갑자기 ‘하겠다’고 하더라. 그 동안 콘서트장을 찾아가는 등 ‘기습방문’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결국 술로 이긴 게 아닌가 싶다.”(웃음)

- ‘나가수2’는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등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시청자라면 어떤 걸 보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생방송을 하기로 했다. 가수들이 긴장하고 노래하는 것에서 재미를, 월드컵 경기처럼 토너먼트를 하는 방식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것이다.”

- 시청자는 재미있겠지만 가수들에게는 지옥이겠다.

“물론이다. 많은 가수들이 부담스러워했다. 오히려 생방송을 반기는 가수들도 있었다. 어차피 녹화를 해도 한 번 노래하는 거고, 생방송도 한 번이니까. 생방송의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는 가수들도 있었다.”

- ‘나는 성대다’라는 ‘나가수1’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는지 평가 방식을 바꿨다. 그래도 고음에 열광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시청자와 현장 평가단 모두 고음을 잘 부르는 가수를 1위로 선택한다면, 그건 대중의 뜻이다. 바뀐 평가방식에서도 ‘고음 가수’를 선택했는데 그걸 비판하는 건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대중이 선택을 했으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참 답답하다.”

- 12명의 가수 섭외도 힘들었는데 그만한 가수들을 또 찾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우리나라에 훌륭한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미 30여명의 가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끝냈다.”

- ‘나가수1’에 출연한 몇몇 가수는 ‘나가수 레벨’이 아니었다는 말이 있었다.

“나도 들었다. 웃기는 소리다. 경쟁에서 뒤지면 자동적으로 떨어진다. 이기면 등수 유지를 할 것이고. ‘나가수 레벨’의 가수는 없다. 그건 방송 후 시청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 아쉽게 무대를 떠나게 되는 가수에 대한 배려는 없나.

“패자부활전을 할 수도 있다. 해당 가수가 원할 경우에…. 결정되면 12월에 진행 할 거다.”

- ‘나가수2’는 12월에 끝낸다고 못 박았다. ‘나가수3’ 기대해도 되나.

“에고…. 이 프로그램은 진짜 힘들어서 못 하겠다. 정말 안하고 싶다. 하지만 또 모르지, 마음이 변할지 어떨지는….”(웃음)
● “재미는 ‘무도’ 김태호 PD와 ‘1박2일’ 나영석 PD가 최고, 난 그들 못 이겨.”

- 지천명의 나이에도 현장에서 직접 뛰는 이유가 뭔가. 조금 편한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편한 일? 글쎄. 각자 자신이 잘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아직까지 현장에서 뛰면서 프로그램 만드는 것을 잘 한다고 생각한다.”

- 언제까지 현장에 있을건가.

“끝까지 하고 싶다. 언제까지라고 정한 건 없다. 난 지금도 PD니까.”

- 자신감이 느껴진다.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나.

“만약 내가 후배들에게 뒤지는데 이 자리에 있다면…내가 ‘미친놈’인 거다. 지금껏 꽤 잘 해온 것 같다. 만약 PD로서 능력이 떨어지면 후배들에게 넘길 거다.”

- 가장 무서운 후배는 누군가.

“‘무한도전’ 김태호 PD, ‘1박2일’ 나영석 PD. 와! 이 둘은 정말 재미있게 잘 만든다. 재미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 ‘양심 냉장고’ ‘느낌표’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줬다. ‘나가수2’의 메시지는 뭔가.

“진짜 가수, 진짜 인간의 본 모습은 뭔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하고, 의사는 병을 잘 고쳐야 하고, 경찰은 범인을 잘 잡아야 한다. 본질적인 것이 우선이다.”

- PD로서 자신의 약점은 하나 집는다면.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꼭 집을 수가 없다. 요즘 후배들이 너무 잘한다. 내가 가르쳐 줄 것도 없다. 오히려 열심히 배워야 한다.”
● “방송가, 정치권에서까지 받은 스카우트 제의, 하지만 단 한번도 흔들린 적 없다.”

- 가정에서는 어떤 아버지고, 남편인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하하. 지금처럼 연출할 때는 가정에 소홀해진다. 하지만 쉴 때는 가족이 최우선이다. 이 일을 오래 해서 그런지 지금은 아내와 아들, 딸이 잘 이해해준다.”

- 일만 하면 취미 생활을 하기 힘들겠다.

“사실 그렇다. 책 읽고, 운동하고…. 이게 전부다. 여행을 자주 간다.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다. 자극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 이렇게 일하다 쓰러질 수도 있겠다.

“하하. 걱정해줘서 고맙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바벨을 든다. 건강해야 일도 하고 술도 마실 것 아닌가. 새벽5시까지 술을 먹어도, 앉아서 일 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

- 하루 종일 일만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뭔가.

“그게 신념이다. 일 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거. 일 할 때 쉴 생각하고, 쉴 때 일 생각하는 건 그냥…. ‘병신’ 아닌가?”(웃음)

- ‘나가수2’를 끝내면 좀 쉴 수 있겠다.

“새 프로그램을 시작 할 것 같다. 원래 ‘나가수2’ 말고 새 프로그램을 시작하려고 했으니까. 이미 구상해 놓은 것이 있다. 시작은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 왜, 그냥 좀 쉴까?”(웃음)

- 스카우트 제의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아휴, 말도 마라. 방송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받았다.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은 없다. MBC만큼 제작환경이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라는 메리트도 있고. 돈 많이 받는다고 다른 곳에서 일 한다면…. 시청자와 소통이 안 될 것 같다.”

- ‘나가수2’ 시청률 목표는.

“하하, 두 자릿수만 나왔으면 좋겠다. 정말 많이들 보셔야 하는데…. 도와주세요!”

■ 김영희 PD는?

▲ 1960년 6월 16일 부산광역시 출생.
▲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 졸업 1984년 MBC 예능국 입사.
▲ 대표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느낌표’ ‘전파 견문록’ ‘양심 냉장고’ ‘몰래 카메라’ 등 저서 : ‘소금 사막’ ‘쉘 위 토크’ ‘헉 아프리카’ 등

권재준 기자 stella@donga.com 트위터 @stella_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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