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해품달’-‘뿌리깊은나무’ 쓴 A급 작가들, 회당 얼마나 받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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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A급 작가’ 회당 3000만원… 시나리오 A급은 편당 1억 받아
드라마 - 시나리오 - 순수문학 작가들의 현주소

《 ‘해를 품은 달’의 진수완,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박상연…. 최근 상한가를 치고 있는 드라마 작가들이다. 드라마 작가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영화 시나리오로 시작한 작가들도 드라마로 몰리고 있다. 반면 충무로에서는 좋은 시나리오가 말랐다고 아우성이다. 공들여 스토리 창작물을 내놓는 작가 중에서도 일부 드라마 작가가 ‘꽃방석’에 앉는 것과 달리 시나리오 작가나 대부분의 순수문학 작가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다. 각 분야 작가들의 수입은 어떤 수준이며 문제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장르 작가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 드라마 작가 “A급만 황금방석”

‘김수현표 드라마’ ‘노희경표 드라마’라는 말에서 보듯 드라마에서 작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스타급 작가의 몸값은 톱 배우를 능가한다. 최근 10여 년간 외주 제작사의 드라마가 늘면서 작가의 몸값도 치솟았다. 제작사로서는 A급 작가가 있어야 방송사의 편성을 따낼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

현재 회당 3000만 원 이상의 고료를 받는 이른바 ‘A급’ 작가로는 ‘장밋빛 인생’ ‘조강지처클럽’ 등을 쓴 문영남 작가, ‘올인’ ‘주몽’ ‘아이리스1’의 최완규 작가, ‘자이언트’의 장영철 작가,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 의 김영현·박상연 작가, ‘최고의 사랑’을 히트시킨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를 쓴 임성한 작가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지존’으로 꼽히는 주인공은 최근에도 ‘천일의 약속’을 히트시킨 김수현 작가. 방송가에서는 “얼마 전 회당 6500만 원에 100회 계약을 했다”, “특집극 회당 1억 원을 받았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떠돈다.

이와 달리 신인 작가가 받는 고료는 회당 300만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사들이 스타작가를 선호하다 보니 작가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 방송작가협회 소속 드라마 작가는 441명이지만 이들 중 1년에 한 편이라도 작품을 쓰는 사람은 4분의 1에 못 미친다. 임동호 한국방송작가협회 사무국장은 “기성작가라도 다음 작품을 맡기까지 보통 3∼4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작품을 맡지 않는 한 ‘무급휴직’ 상태인 셈이다.

그래도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다. 방송작가협회 산하 작가교육원에는 한 해 600∼700명의 작가 지망생이 몰린다.

○ 시나리오 “1년에 한 편도 별따기”

시나리오 작가의 드라마 겸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수현, 정하연, 이희우 등 노장급 드라마 작가들도 예전엔 시나리오를 썼다.

드라마로의 대거 이동은 2000년대 중후반 국내 영화산업의 침체와 맞물린다. 최근에는 중견 이상 시나리오 전업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박찬욱, 봉준호, 윤제균, 최동훈, 김지운 등 스타 감독들이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라는 점도 역설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어렵게 한다. 신인급은 대개 편당 3000만 원 이하의 고료를 받는다. 거의 모든 작가가 1년에 시나리오 한 편 쓰기도 어렵다.

전업 작가 중 ‘A급’으로는 박계옥(‘댄서의 순정’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투캅스3’), 나현(‘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마이웨이’), 김상돈(‘태극기 휘날리며’ ‘소년은 울지 않는다’ ‘타워’), 고윤희(‘연애의 목적’ ‘어깨 너머의 연인’), 황인호 작가(‘오싹한 연애’ ‘마이웨이’ ‘시실리 2km’)가 꼽힌다. 이들은 편당 1억 원 이상을 받는다. ‘국화꽃 향기’ ‘공공의 적2’ 등을 쓴 김희재 작가는 2003년 ‘실미도’ 이후 업계 최고인 편당 2억 원 이상의 고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시집 초판 인세 150만∼300만 원

문학 시장의 침체 속에서 순수문학 작품만을 써서는 생계를 영위하기 어렵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1 한국직업정보시스템 재직자 조사’에는 문인들의 생활고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내 732개 직업 종사자, 2만37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입 하위 10위 가운데 시인이 연봉 172만 원으로 최하위였다. 소설가는 연봉 1453만 원으로 9번째로 소득이 낮았다.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의 수입은 ‘억’소리가 난다. 정은궐의 ‘해를 품은 달’은 드라마 히트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재출간된 이후 80만 부가 나갔다. 소설 외 다른 장르에 손을 대지 않아온 정 작가는 인세 수입으로 최소 10억4000만 원을 벌었다. 전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80만 부,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60만 부를 팔아 정 작가는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2008년 11월 출간)는 누적 191만 부, 공지영의 ‘도가니’(2009년 6월 출간)는 81만 부가 팔렸다. 인세 수입만 ‘엄마를 부탁해’는 19억1000만 원, ‘도가니’는 8억1000만 원이 넘는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정유정의 ‘7년의 밤’도 30만 부가 넘게 팔려 3억9000만 원의 인세 수입을 올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작가는 초판을 소화하기도 버겁다. 보통 초판은 시집은 1500∼2000부, 소설은 2000∼3000부를 찍는데 이를 다 소화해도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150만∼300만 원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김연수, 김영하, 박민규 소설가의 장편도 3만∼5만 부가 팔린다. 몇 년씩 준비한 장편 소설로 얻는 수입이 3000만∼5000만 원에 그친다.

물론 각종 문예지 기고로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보통 문예지는 시 한 편에 5만∼15만 원, 단편소설은 80만∼120만 원을 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간지에 모두 작품을 싣는다고 해도 수입이 500만 원을 넘기 힘들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드라마 작가는 재방송 저작권료도 챙겨… 시나리오 작가는 판권 팔려도 한푼없어 ▼

■ 부문별 작가들 수입 살펴보면…


영화 ‘조폭 마누라’(2001년)는 할리우드로 리메이크 판권이 팔려 5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공식적으로 수익을 분배받지 못했다. 시나리오 작가에게는 저작권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가 케이블TV에서 방영되고 DVD로 제작돼도 시나리오 작가에게 돌아오는 몫은 없다. 이에 비해 드라마 작가들은 저작권을 인정받아 재방송 등에도 저작권료를 챙긴다. 이 때문에 시나리오 작가들은 처우 개선을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저작권의 확보를 요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나서야 할 문제다.

영화가 제작 단계에서 무산되는 일이 흔한 것도 시나리오 작가들을 힘들게 한다. 드라마는 편성이 안 될 경우에도 최소 조건이 있어 고료를 지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영화 투자, 배급사의 입김이 세져 시나리오 수정을 요구하는 일이 흔하다. 투자, 배급사가 선정한 작가가 붙어 공동 집필을 하면 고료는 1000만 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경우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3, 4명의 작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가나 시인은 수입이 일정치 않다. 출간 계약을 하면 수백만 원의 목돈을 쥐지만 일회성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 등은 일회성 소득도 산정해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문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등단 7년차의 한 소설가는 “부모님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들어있었는데 지난해 원고료로 한꺼번에 500만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이후 보험료를 별도로 내게 됐다. 이후에는 별 소득이 없지만 원상태로 되돌아가기 힘들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작가들은 살인적인 집필 스케줄을 소화해 내야 하는 고충을 호소한다. 박상연 작가는 “분량으로 치면 미니시리즈 1주일분, 2회 140분짜리 대본은 시나리오 한 편 격이다. 보통 시나리오 하나 쓰는 데 1년이 걸리는데 그걸 1주일 만에 쓰는 거다. 눈뜨면 잠자기 전까지 대본만 쓴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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