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이주일·하춘화 ‘빅쇼’ 큰 감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9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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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9월 9일

지난달 27일은 이주일의 13주기인 날이었다. 1980년대 ‘코미디의 황제’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린 이주일은 2002년 8월27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재를 슬퍼하는 많은 이들 가운데 가수 하춘화가 있다. 이주일과 하춘화는 오랜 세월 인연과 우정을 맺었다. 그리고 그 속에 생사를 오가는 힘겨운 순간도 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두 사람이 1995년 오늘, KBS 1TV ‘빅쇼’ 무대에 함께 섰다. 방송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기는 처음이었다. 생사를 오가는 힘겨운 순간, 1977년 11월 이리역에서 벌어진 참혹한 폭발사고를 함께 겪은 뒤 18년 만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무대에서 서로 인연을 맺게 된 1970년대 극장쇼를 재연했다.

이주일은 자신이 낳은 유행어인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를 제목으로 내세운 노래를 비롯해 ‘수지큐’ 등을 부르며 특유의 춤을 췄다. 하춘화는 ‘달아달아’ 등 민요와 히트곡 ‘물새 한 마리’, ‘날 버린 남자’ 등으로 실력을 뽐냈다. 두 사람은 ‘잘했군 잘했어’를 함께 부르며 호흡을 맞췄다.

이주일은 당시 14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오랜 만에 나서는 무대가 됐다. 하춘화는 그에 앞서 4월 39세의 나이로 결혼해 행복한 신혼생활을 이어가던 때였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인연과 우정은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이주일은 “1970년대 초반 하춘화가 ‘물새 한 마리’를 불러 막 히트한 참이었다. 하춘화 쇼단에 들어가면서 생활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탈선 춘향전’이 히트였다. 춘향은 하춘화, 이도령은 박근형, 방자는 백남봉이 맡았는데 향단 역에 마땅한 배우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여장을 하고 향단이가 되었는데 이게 대히트였다”고 회고했다.(1991년 12월14일자 동아일보)

이후 오랜 시간 이주일은 ‘하춘화 쇼’의 진행을 도맡았다. 두 사람은 1977년 11월11일 전북 이리시(현 익산시)의 삼남극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공연 도중 인근 이리역 화물열차 속 엄청난 양의 폭약이 터지면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그 충격은 극장에까지 미쳤고 지붕이 내려앉았다. 10명이 사망한 현장에서 이주일은 정신을 잃은 하춘화를 업은 채 현장을 빠져나왔고 결국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이주일은 폭발물 잔해에 맞아 뒷머리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같은 참혹한 사고의 충격과 경험을 두 사람은 ‘빅쇼’ 무대에서 돌이키며 눈물을 흘렸다. 그 뜨거운 우정을 말해주는 눈물이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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