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래퍼 “봉사야말로 가장 힙한 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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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홍보대사 래퍼 ‘로꼬’
추첨 뽑힌 일반인 25명과 제빵 봉사… 케이크-쿠키 만들어 40여 가정 전달
“순수하게 좋은 기운 내뿜는 게 멋”

11월 28일 서울 노원구 대한적십자사 북부봉사관에서 래퍼 ‘로꼬’(오른쪽)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구운 쿠키를 식히기 위해 큰 쟁반으로 쿠키를 옮기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1월 28일 서울 노원구 대한적십자사 북부봉사관에서 래퍼 ‘로꼬’(오른쪽)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구운 쿠키를 식히기 위해 큰 쟁반으로 쿠키를 옮기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28일 서울 노원구 대한적십자사 북부봉사관에선 웃음소리가 넘쳐흘렀다.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줄 쿠키와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면서다.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이는 국내 인기 래퍼 ‘로꼬’다. 이날 마련한 ‘로꼬와 함께하는 제빵 봉사 데이트’ 행사에는 150여 명이 지원했다. 이 중 6 대 1의 경쟁을 뚫고 25명이 로꼬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기회를 얻었다.

로꼬는 2012년 국내 래퍼 서바이벌 TV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서 우승하며 데뷔했다. 이후 ‘감아’ ‘주지마’ ‘시간이 들겠지’ 등을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다.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 온 로꼬는 “힙합과 봉사가 잘 어울린다”며 웃었다. “눈에 힘준다고 멋있나요? 순수하게 좋은 기운을 내뿜을 수 있으면 그게 멋이고 ‘힙’한 거죠. 그런 의미에서 봉사활동은 매우 힙한 활동이에요.” 래퍼들이 자주 쓰는 ‘힙하다’는 ‘멋지다’는 뜻이다.

로꼬는 올해 5월부터 적십자사 홍보대사를 맡았다. 적십자사라고 하면 ‘헌혈’을 떠올리기 쉽지만 헌혈은 적십자사가 진행하는 사업 중 일부다. 1905년 10월 고종황제 칙령으로 설립된 적십자사는 일제강점기 부상 입은 독립군의 치료를 위해 간호사를 양성했는가 하면, 독립군 가족의 생계를 지원하는 등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이후 수재나 화재 등 중대한 재난이 발생하면 구호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이날 제빵 봉사처럼 일반인이 쉽게 참가할 수 있는 다양한 봉사활동의 기회를 만드는 것도 적십자사의 역할이다.

이날 로꼬와 참가자들은 노란색 앞치마를 입고 흰색 모자를 쓴 뒤 3시간에 걸쳐 쿠키와 케이크를 만들었다. 전문 제빵 강사가 “반죽 두께를 0.5cm에 맞춰 밀라”며 본격적인 제빵 작업에 들어가자 참가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옆에 있다는 설렘에 로꼬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봤다. 로꼬가 직접 만든 반죽으로 하트 모양 쿠키를 찍어내자 “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봉사활동 참가자들이 만든 쿠키와 케이크는 40여 가정에 전달됐다. 로꼬도 적십자사와 결연하고 있는 한 가정을 방문해 자신이 만든 쿠키와 케이크, 그리고 미리 사둔 아이 옷과 인형을 전달했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가한 원보미 씨(33·여)는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 봉사활동을 어렵게만 생각해 왔다”며 “이번 제빵 봉사에 참여하면서 다양하고 재밌는 봉사활동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의무경찰 입대를 앞두고 있는 로꼬는 “어려운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해준 봉사활동 참가자들이 누구보다 힙해 보였다”며 “오늘을 계기로 더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저소득가정 청소년의 공부방 지원을 위한 미니콘서트 등에 참여해 왔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대한적십자사#로꼬#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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