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이은미 사망, 피의자 조 씨는 ‘외견상 평범男’…"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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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3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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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사진출처|이은미 미니홈피
이은미. 사진출처|이은미 미니홈피
그룹 ‘아이리스’의 보컬 이은미 씨(24)가 사망했다는 제보를 받은 건 22일 오전이다. 고인의 지인인 제보자는 동아닷컴에 “연예인 친구가 죽었는데, 사람들이 모른다. 남자친구가 죽였다”라고 전했다.

제보를 듣고 이은미 씨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보니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역력했다. 메인 화면에는 홈피 주인의 죽음을 알리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씨 동생이 적은 것이다.

방명록과 일촌평에는 고인을 애도하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 씨와 같은 소속사 밥을 먹었던 동료는 자신의 블로그에 추모 글을 올려놓았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이 씨가 죽은 것은 사실인 듯했으나, 그가 애인의 손에 처참하게 죽었다는 말은 믿기 어려웠다. 경기도 시흥경찰서와 관계자 취재에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이 씨 사망 단독 보도(동아닷컴 22일자)가 나온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모 씨(28)는 지난 19일 새벽 2시15분경 시흥시 한 길가에서 귀가하던 이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과 이 씨 지인에 따르면 시신은 참혹했다. 목, 등, 허리 등이 수십 차례 흉기로 난도질 된 채로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이 씨가 65차례나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찰은 “망자를 두고 정확하게 찔린 숫자를 말하기 곤란하다. 수십 번은 맞다”라며 “결정적인 사망 이유는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조 씨는 일부 부풀어진 소문과 달리 스토커나 정신질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조 씨에게 스토커 기질은 없다”면서도 “전과기록이 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노코멘트 했다.

또한, 조 씨는 중고 자동차 매매업자라는 번듯한 직업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지인의 소개로 만났으며, 12월부터 정식으로 교제했다.

한창 행복할 시기에 조 씨는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그가 경찰에 말한 이 씨 살해 이유는 이 씨의 ‘이별 통보’ 때문이다. 자신은 이 씨와 결혼까지 생각할 만큼 진지했는데, 이 씨가 헤어지자고 해서 격분해 죽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두 사람이 정식으로 결혼을 약속한 사이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결혼 생각은 조 씨 혼자만 했던 것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제보와 살해 도구로 쓰인 과도(果刀) 등 조 씨가 남긴 증거를 토대로 조사를 시작했으며, 사건이 발생한지 하루 만에 서해안 고속도로 화성휴게소에서 조 씨를 검거했다.

현재 경찰은 조 씨의 살인이 우발적인 범행인지, 아니면 계획된 범행인지 수사 중이다. △조 씨가 미리 칼을 품고 이 씨를 만났고, △숨을 거둘 때까지 수십 차례 칼을 휘두른 것을 봤을 때 계획 살인 쪽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은 “조 씨를 집중 추궁하고 있으나, 조 씨가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치장에 수감된 조 씨는 자살 시도 같은 특이 사항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조 씨가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으로 데이트 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높아졌다. ‘데이트 폭력’이란 데이트 관계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의미한다. ‘데이트 폭력’이 심해지면 치정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이 씨 사건처럼 데이트 폭력은 가해자가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 같다”며 현장에서 느낀 점을 전했다.

그는 “남의 생각이야 어떻든 나는 정말 저 사람을 사랑하는데 그 사람이 헤어지자고 하니, 자존심 상하고 감정 격해져 살인까지 한다”면서 “특히 자기 억제력이 낮은 사람이 술까지 마시면 이성적 판단도 둔해지고 충동적으로 변해서 저렇게 된다. 이런 사건이 흔한 건 아닌데 볼 때마다 답답하다”라고 안타까운 듯 말했다.

동아닷컴 홍수민 기자 sum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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