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수꾼’ 연출 윤성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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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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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성장은 상처받는 과정이죠”

윤성현 감독은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 영화
‘파수꾼’을 통해 “한국 사회의 죽음 불감증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윤성현 감독은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 영화 ‘파수꾼’을 통해 “한국 사회의 죽음 불감증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인 한국의 모습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3월 3일 개봉하는 영화 ‘파수꾼’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29)은 지난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신예다. 하지만 한 고교생의 자살을 다룬 이 영화는 신예답지 않은 문제의식과 꼼꼼한 연출 솜씨가 돋보인다. 5000만 원을 들여 제작한 이 영화는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았고 2011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윤 감독은 죽음을 다루는 기존 영화의 방식을 탈피했다. 영화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간다.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추적하던 아버지(조성하)는 기태의 절친한 두 친구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을 만나면서 기태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선적입니다. 주위에 만연한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성적 비관, 실연 등으로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더욱 복잡한 것이 숨어있다고 봅니다. 사회적 분위기나 폭력 기제 같은 것 말이죠.”

학교에서 ‘짱’인 기태는 우연한 계기로 동윤에게 폭력을 가한다. 기태는 찾아가 사과하지만 동윤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폭력사건을 계기로 기태는 희준과도 갈등을 벌이고 급기야 외톨이가 된다. 자기에게는 전부였던 두 친구를 잃은 기태는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다.

“한국 사회에서 성장은 곧 상처를 받는 과정인 것 같아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 시선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순간 사람들은 상처를 받아요. 그런 상처가 폭력적인 의사소통으로 나타납니다. 영화 속 기태처럼 말이죠.”

윤 감독은 앞으로 ‘파수꾼’보다 유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적으로 재미있는 영화, 그러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다루는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파수꾼’의 묵직한 울림을 되새기면 그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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