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SBS '천년지애' 김남진 얼굴로 본 매력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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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후지와라 타쓰지(김남진)는 말이 없다. 부여의 마지막 공주 부여주(성유리)에게 던지는 대화라고 해봐야 “너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다시는 그러지 마” 정도. “날 사랑하지 않는 건 참을 수 있어.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건 못 참아”는 아주 감동적인 대사에 속한다.

SBS 주말극 ‘천년지애’(밤 9·45)에서 무뚝뚝한 캐릭터로 나오는 모델 출신 탤런트 김남진(27)이 여성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키 1m87, 몸무게 68kg의 늘씬한 몸매. 1996년 패션 모델로 출발한 후 연속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섹시하다” “터프하다” “부드럽다” 등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김남진의 외모를 얼굴 전문가인 한서대 미용학과 조용진 교수(한서 얼굴연구소 소장)가 분석했다. 조 교수는 김남진의 매력의 본질을 “젊은층의 유약한 미감(美感)에 대한 반성이자 원시적 남성상에 대한 갈증”으로 규정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닮았다

김남진과 연적(戀敵)인 소지섭(김인철 역)의 얼굴을 비교했다. 미간∼코끝(중안·中顔)의 길이를 100으로 볼 때 코끝∼턱끝(하안·下顔) 길이는 김남진이 100으로, 소지섭(108)과 비교할 때 얼굴 아랫부분이 짧았다. 김남진은 한국인 평균(102∼110)보다도 짧은데 이는 남방계 얼굴의 특징으로 특히 일본인에게 많다.

김남진의 코는 소지섭과 같은 ‘직선형’(한국형)이 아니라 코 허리 부위에서 봉긋 솟아올랐다가 내려앉는 ‘굴곡형’. 소지섭과 비교할 때 △코끝이 둔탁하고 △콧망울의 골이 깊고 △입술이 두터우며 △옆에서 보았을 때 귀가 서있지 않고 뒤로 넘어간 것 등 특성은 모두 남방계 얼굴에서 발견된다.

김남진(왼쪽)은 소지섭과 비교할 때 얼굴 아랫부분이 짧은 편. 김남진의 코는 코 중간부분이 봉긋 솟아올랐다가 내려앉는 ‘굴곡형’인 반면 소지섭은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한국형’. 김남진의 얼굴 특징은 △코끝이 둔탁하고 △입술이 두터우며 △귀가 서있지 않고 뒤로 넘어간 것 등으로 남방계, 특히 일본인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사진제공 SBS

이렇듯 해부학적으로 한국인에게 친숙하지 않은 김남진의 얼굴이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이유는 뭘까. 조 교수는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과 매우 흡사해 그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남진의 얼굴은 일본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인 현상금 사냥꾼 ‘스파이크’와 비슷하다. 스파이크 등 많은 일본 만화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진하고 긴 눈썹 △가늘고 긴 눈 △좁은 눈두덩(눈꺼풀의 면적) △굵은 목 △마르고 큰 키 △큰 입 △뾰족한 턱 등 특성이 그에게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김남진의 가르마가 오른쪽(시계 반대 방향으로 휘도는 머리칼)에 있는 점도 일본적 특성이다. 일본의 축구선수 나카타 히데토시와도 흡사한 얼굴.

○유약한 미감(美感)에 대한 반성

최근 ‘꽃미남’의 등장으로 어리고 앳된 것을 선호하는 ‘유약한 미적 감각’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과 입술이 크고, 까무잡잡하며, 머리칼이 굵고 거칠며, 쌍꺼풀이 없는 쭉 째진 눈을 가진 김남진은 ‘원시적’ 남성상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천년지애’에서 그는 앞가슴 단추를 늘 3개 풀어헤치고 나와 ‘단추 3개’란 별명까지 얻었다. 어깨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펴고 경직되게 걷는 걸음걸이도 이런 느낌을 부추겼다.

휘청휘청 부드럽게 걷는 유지태와는 달리, 뻣뻣한 자세와 거친 느낌의 키 큰 남자는 원시적 남성상에 기대고 싶은 여성들의 심리를 자극한다는 게 조 교수의 해석. 말수가 적으면서 매사에 당당하고 BMW를 몰고 다니며 수천만 원짜리 보석을 일거에 사버리는 극중 설정도 ‘힘’에 의지하고픈 인간의 본능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김남진의 인기는 ‘유약한 미감’에 대한 반성을 드러내는 일종의 사회병리현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남진이 셔츠 깃을 자주 세워 목이 더 굵어보이도록 만들거나 되바라진 입술과 굴곡진 코, 다소 먼 눈사이의 거리는 원시성깃든 성적 매력을 던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인철(소지섭)에게 자주 얻어맞고 명문가 아들로 책을 많이 읽는다는 극중 설정과 꽃무늬 셔츠를 즐겨 입는 패션 스타일은 모성애와 여성적 미감을 자극하면서 김남진의 원시성을 보완한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김남진 인터뷰▼

‘천년지애’는 20회를 끝으로 25일 막을 내린다. 막바지 촬영 중인 김남진을 16일 만났다.

―무뚝뚝한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말이 없는 것은 내 연기가 모자라니까 연출진이 배려해 준 것 같다. 캐릭터는 이기적인 사랑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꼭 착한 사람만이 사랑해야 하나?”

―실제 자신과 극중 타쓰지의 공통점은.

“첫인상이 차갑고 정떨어진다는 점은 똑같다. 무척 즉흥적으로 행동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나는 좋아하면 바로 행동해야 한다. 거침없이.”

―외모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어려서부터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늘 ‘탈출’하고 싶었다. 남 앞에 있을 때는 더 강하게 보이려고 의도적으로 군 적도 있었다. ‘꽃미남’에 대한 열등감도 있다. 그래서 꽃무늬 남방을 입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외모는 잘 생기고 못 생기고의 분류법에는 들어있지 않다.”

―특별히 신경 쓰는 표정이 있다면.

“눈을 감은 듯 만 듯 가늘게 뜨고 응시하는 것이다. 악하고 집요하기보단 강렬한. 물론 시청자는 모를 수도 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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