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효과? 작가 효과? 쨍한 ‘미스터 션샤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3회만에 시청률 10%대 진입
넷플릭스 통 큰 베팅… 제작비 430억, ‘불란셔 제빵소’ 등 사극에도 PPL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김은숙표 맛깔나는 대사 여전
의병 시기 역사고증 오류 지적도

tvN 주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트렌디 드라마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김은숙 작가의 첫 시대극이다. 구한말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는 이병헌이 노비 출신 미군 대위 유진 초이 역을, 김태리가 비밀 의병으로 활동하는 사대부집 영애 고애신 역을 맡았다. tvN 제공
tvN 주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트렌디 드라마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김은숙 작가의 첫 시대극이다. 구한말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는 이병헌이 노비 출신 미군 대위 유진 초이 역을, 김태리가 비밀 의병으로 활동하는 사대부집 영애 고애신 역을 맡았다. tvN 제공
2016년 ‘태후’, 2017년 ‘도깨비’에 이어 2018년엔 ‘미션’ 열풍이 불까. 3회 만에 10%대 시청률에 진입한 tvN의 24부작 주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상반기부터 올해의 ‘최대어’로 입에 오르내렸다.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부터 캐스팅, 제작진, 제작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은 ‘미스터 션샤인’의 이모저모를 주요 키워드별로 정리해 봤다.

#넷플릭스

‘미스터 션샤인’의 제작비는 430억 원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의 ‘통 큰 베팅’이 있었기에 가능한 액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달 넷플릭스와 ‘미스터 션샤인’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음을 알렸다. 계약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계약 금액이 전년도 매출액(2017년 2868억 원)의 10%를 넘을 때만 공시 의무가 생긴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최소 287억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이례적 대규모 투자는 한국 드라마의 세계 시장 경쟁력을 인정받은 사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드라마 시장이 거대 자본에 잠식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는 “기존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회당 제작비가 5억∼6억 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드라마 한 편에 회당 해외 자본만 12억 원이 투입되는 현상은 생태계 교란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숙

구한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곳곳에는 ‘김은숙 드라마’의 향이 짙게 배어 있다. 극 초반이지만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 등의 대사는 ‘역시 김은숙’이라는 반응을 낳고 있다. 종로에 처음으로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 두 주인공이 만나는 연출도 김 작가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응복 PD의 감각이 돋보인다. 다만 김 작가의 ‘시그너처’ 같은 로맨스 요소가 이번에는 불안 요인이다. 수준 높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89학번’ 이병헌과 ‘90년생’ 김태리의 로맨스가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간접광고(PPL)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저잣거리로 나선 김태리. 눈깔사탕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 뒤로 ‘불란셔 제빵소’ 간판이 선명하다. 모 프랜차이즈 제과점 PPL이다. 가배(커피) 마니아인 듯한 이병헌은 창가에 서서 예쁜 잔을 들고 커피 향을 음미하다가 뜬금없이 “이 잔이 요즘 유행이냐”고 묻는다. CJ 계열사의 커피잔 PPL이다.

김은숙 작가는 전작부터 간접광고를 폭넓게 활용해 왔다. ‘미스터…’는 시대극 특성상 간접광고 활용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각종 브랜드가 극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핸드백, 보석 브랜드의 PPL도 예고된 상황. 이를 두고 “숨은 PPL 찾기 또한 소소한 재미”라는 의견과 “시대극에 등장하는 과도한 PPL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역사 고증

김태리의 부모는 1870년대에 일본에서 의병 활동 중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구한말 의병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역사 고증에 오류가 있었던 것. 또 극 중 유연석이 몸담은 ‘흑룡회’가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실제 일본 극우 조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친일 미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은 “친일 미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는 해명과 함께 사과문을 게재하고 음성 녹음을 새로 하는 방식으로 흑룡회를 ‘무신회’라는 가상의 조직으로 수정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미스터 선샤인#넷플릭스#역사 고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