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하늘 이어 청주대 게시판에도 폭로글…“조민기 성추행 부인, 어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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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1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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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주대 홈페이지
사진=청주대 홈페이지
신인 연극배우 송하늘 씨가 청주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 재학 시절 교수였던 배우 조민기 씨(53)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의 폭로가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청주대학교 홈페이지 청대인 게시판에는 ‘조민기 교수 성추행에 대한 피해사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A 씨는 자신 역시 조 씨에게 수년 간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며, “조민기 교수는 교내 워크샵이나 오디션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는 명분으로 학교 근처에 있던 본인의 오피스텔로 학생들을 부르곤 했다”고 적었다.


A 씨는 입학 당시부터 이미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조 씨가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져있었다며, 이를 피하려 애썼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조 씨의 오피스텔에 홀로 불려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서 단 둘이 술을 마셨고, 조민기 교수는 저에게 ‘여기서 자고 가라’고 했다”며 “여학생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은 여러 번 있었고, 그날도 저는 거절 못할 술을 더 먹느니 차라리 자는 척을 하다가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침대에 누웠고 조민기 교수는 제 옆에 누워 제 옷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하다가, 잠결에 뒤척이는 척 엎드렸고 조민기 교수는 제 옷 속에 손을 넣은 채로 잠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 씨는 “그 이외에도 재학생들이 여러 명 있는 술자리에서 입이나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손을 잡고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행동은 너무나 부지기수였다”며 “당시 같은 과에 재학 중이던 제 남자친구 이름을 언급하며 ‘넌 00이랑 섹스 했잖아. 00이랑 섹스 하니까 좋아?’라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조교를 비롯한 선배들은 ‘네 몸은 네가 알아서 간수해야 한다’고만 했다.

A 씨는 자신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그동안 침묵했던 이유에 대해 “연극학과 학생들에게 조민기라는 사람은 교수일 뿐만 아니라 본인이 몸담고자 하는 직종에서 이미 입지가 두터운 배우이기 때문에 누구도 피해사실을 당당하게 고발하지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조 씨의 성추행 사실은 지난해 11월 A 씨의 한 선배를 통해 학교 측에 알려졌다. A 씨와 몇몇 친구들은 증언을 하겠다고 나섰고, 사건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적어도 우리의 후배들에게 우리와 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언론화는 하지 않되 교내에서는 공론화를 시키고 재학생들이 원한다면 조민기 교수가 사직을 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짓자고 학교 교수님들과 이야기 했었다”며 “그 결과 조민기 교수가 교수직에서 물러났고 그렇게라도 마무리 지어졌으니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언론화가 됐고 피해자들이 수두룩한데도 조민기 교수 측에서 발표한 ‘전혀 사실무근이며 법적으로 강경대응 하겠다’는 글을 보니 어이가 없고 너무나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했으면 인정을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또한 선뜻 용기내서 자신의 상처를 세상에 드러낸 친구들이 있으니 저 또한 더 이상 조용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적는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조 씨의 성추행 의혹은 한 커뮤니티 글을 통해 알려졌다. 청주대 연극학과를 졸업한 조 씨는 2010년 3월부터 자신의 모교에서 공연영상학부 조교수로 강단에 서 왔다.

이에 대해 청주대는 20일 “지난해 11월 조 씨가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진행한 뒤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학교 양성평등위원회가 학생들의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씨의 소속사인 윌엔터테인먼트는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이며 교수직 박탈과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소속사는 “수업 중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대학의 조사 결과에 따라 3개월 정직 징계를 받고 도의적 책임감에 사표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연극배우 송하늘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며 조 씨에게 당했다는 성추행 피해 내용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송하늘은 A 씨와 비슷한 피해 사실을 진술하며 “예술대학에서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 연예인이자 성공한 배우인 그 사람은 예술대 캠퍼스의 왕이었으니까”라고 주장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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