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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만대 감독 “에로영화 살리려 잠시 ‘외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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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만대 감독 “에로영화 살리려 잠시 ‘외도’ 합니다”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입력 2017-11-25 03:00수정 2017-11-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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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영화 은퇴 선언한 봉만대 감독
팍팍한 삶에 에로영화 눈길도 안줘
‘순백 사랑’ 영화 추진… 내년쯤 개봉
광주 출신인 봉만대 감독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겪은 5·18민주화운동 경험도 언젠가 영화로 꼭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여기 걸어오는데 앞에서 누가 가로수를 막 발로 차고 있었어요. 낙엽이 떨어질 때마다 쓸어내는 게 번거로웠나 봐요.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을 한번에 떨어 버리려는 듯 나무를 흔드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 사람도 여름엔 분명 그 푸른 잎사귀를 사랑했을 텐데.”

봉만대 감독(47)이 말했다. 첫인사를 나누고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요즘 슬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며 조용조용 얘기를 털어놓았다. ‘봉만대가 이런 사람이었나.’ 마주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새삼 놀랐다.

한국 영화계에서 봉만대라는 이름은 하나의 인장과도 같다. 관객들은 그 ‘브랜드’만 보고도 영화 분위기를 대략 짐작한다. 그도 스스로를 ‘에로 영화 전문가’로 여긴다. “사랑과 섹스만큼 흥미로운 주제가 있나요. 그 이야기를 오랜 세월 동안 최선을 다해 영화적으로 다뤄 왔다는 데 자부심이 있어요.”

그는 한일 합작 비디오 영화 ‘도쿄 섹스피아’(1999년)로 데뷔했다. 2003년 개봉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그의 대표작이자 처음으로 극장에 올린 영화였다. 그렇게 열여덟 해 동안 그는 비디오, TV, 스크린을 넘나들며 한눈팔지 않고 에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 임권택 감독은 그를 ‘에로 영화의 거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19금 영화 은퇴’를 선언했다. ‘대체, 왜?’

“지금도 저는 남녀가 손잡고 볼 수 있는 에로 영화를 찍고 싶어요. 배우의 벗은 몸이 아니라 에로틱한 스토리로 승부하는 작품을 연출하고 싶죠. 하지만 영화는 욕심으로, 용기로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그가 내놓은 답이다. 팍팍한 삶에 지쳐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청년들이 더 이상 극장에서 에로 영화를 보지 않는 세태를 자조했다. ‘족보 있는 에로 영화’조차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시대에 그는 갈 곳이 없어지고 말았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양양’을 찍으면서 저 자신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한 거 같아요. 이 영화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는 새 늙고 병들어 이제는 자식들이 내버리고 싶게 된 아버지잖아요. 그 모습을 연기하는 임하룡 선배님을 보다 문득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나는 지금 영화계에서 어떤 모습일까, 이렇게 지내다 버려지고 말 것인가….”

그의 ‘19금 은퇴 선언’은 에로가 아예 영화계에서 버려지기 전, 스스로 새로운 자리를 찾아보겠다는 몸부림인지 모른다. 봉 감독은 ‘순수한 사랑’을 콘셉트로 한 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쯤 극장 개봉이 목표다.


그렇게 사람들이 ‘봉만대 사랑 영화’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는 자신의 고향 ‘에로’에 컴백할 계획이다. 좋은 에로 영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확인시키며 우리 사회에 ‘에로균’을 널리 퍼뜨리겠다고 한다. 봉 감독은 미리 써둔 묘비명을 살짝 귀띔했다.

“봉만대가 죽었다. 에로도 죽었다.”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봉만대#순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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