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과학] 창가 쪽 vs 어두운 곳…커플 성공 확률 높이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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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채널 A의 ‘하트시그널 시즌2’를 시작으로, tvN의 ‘선다방’, SBS의 ‘로맨스 패키지’ 등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의 연애를 담은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하트시그널 시즌2는 남녀 8명의 출연진이 한 공간에 머물며 커플을 맺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연애 프로그램이다. 매주 달라지는 출연진의 ‘사랑의 작대기’ 때문에 ‘현우·영주’, ‘도균·현주’ 등 특정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 선다방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나와 맞선을 본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의외의 커플이 생겨나는 등 예측불허의 결과가 자주 나온다. 혹시 과학의 힘을 빌면 커플 맺기의 성공 조건을 알 수 있을까.

첫 번째는 환하고 트인 자리다. 선다방에서 첫 번째 커플이 탄생한 곳을 유심히 보면 뒤에 큰 창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리카드 쿨러 스웨덴 룬드대 환경심리학과 교수팀은 영국,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등 4개 나라에서 창문 위치가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해 2013년 국제학술지 ‘인체공학’ 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988명의 남녀 참가자가 앉은 자리를 창문에서 떨어져있는 거리 기준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창문에서 0~2m 떨어진 곳에 앉은 참가자 그룹에서 호감도가 가장 크게 상승했다. 반면 2~5m, 5~10m 등 애매하게 떨어진 자리는 오히려 아예 멀리(10~100m) 떨어진 자리보다 호감도 상승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소개팅은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연구 결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이유는 창문이 지니는 긴장 완화 효과.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은 “뒤에 창문이 있으면 상대방을 창 밖의 풍경과 함께 인식하지만, 창문이 없는 곳에서는 상대 표정에 과도하게 집중해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개팅뿐만 아니라 중요한 회의와 같이 긴장할 수 있는 모임에서는 창문이 있는 곳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썸’을 타는 이들에게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음악이다. 하트시그널 5회에는 김현우, 오영주, 임현주 세 명의 출연자가 삼각관계를 그리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때 집 안에 울려 퍼지는 밝은 기운의 노래는 김현우와 오영주가 서로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된다.

음악은 커플에게 공감대를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서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마누엘라 마린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심리학연구및방법론학과 연구원은 여성이 음악을 듣고 있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남성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여성 참가자 64명에게 음악을 들었을 때와 듣지 않았을 때 각각 20장의 남성 사진을 보여준 뒤, 남성의 매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음악을 들었을 때 본 사진 속 남성을 더 매력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밝은 노래라면 금상첨화다. 조이딥 바타차르야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심리학과 교수는 음악이 우리 감정과 상대를 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2009년 국제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레터스’ 발표했다. 연구팀은 30명의 참여자에게 밝은 멜로디의 음악과 슬픈 멜로디의 음악을 들려준 뒤, 서로 다른 표정의 사진 40장을 보여줬다. 그 결과 같은 사진이어도 밝은 멜로디의 음악을 들었을 때 사진 속 표정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뇌파 연구를 통해,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를 뇌의 같은 부위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두 감각이 통합돼 상승효과를 내는 게 이유라는 사실도 밝혔다.

일단 커플로 맺어지면, 다음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중요한 요소는 연락의 빈도다. 선다방 4회에 등장한 한 맞선 남녀는 “평소에 연락을 자주하는 편이냐”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결코 사소한 대화가 아니다.

리사 로렌탈 미국 페이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18~29세의 205명을 대상으로 연인과의 만족도, 본인과 연인의 문자 메시지 습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먼저 메시지를 보내는 횟수, 애정을 드러내는 메시지와 안부를 묻는 메시지의 빈도가 서로 비슷한 커플이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최 연구소장은 “메시지는 사람의 성향을 반영하게 돼 있다”며 “성향과 함께 서로에 대한 관심도가 비슷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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