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집 한 채, 취득시점-2년거주 여부따라 양도세 3억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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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8·2대책 → 9·13대책 → 세법개정안에 난수표 된 부동산 세금

서울에 사는 이모 씨(45·여)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무주택자였던 그는 2015년 11월 서울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84m²)를 8억7120만 원에 분양받았다. 최근 이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했지만 실제로 들어가 살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9·13부동산대책 때문에 계산이 복잡해졌다. 현재 2년간 보유만 하면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 1월 이후 집을 팔면 2년간 실제로 거주해야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결국 그는 아파트를 빨리 처분하기로 결심했다.

이 씨가 올해 안에 집을 파는 데 성공하면 정말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요’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분양시점이 아니라 준공 후 잔금을 치른 이후부터 보유기간으로 인정된다. 결국 이 씨는 지금으로부터 약 2년이 지나야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 된다. 2년간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나 세무사무소에는 언제 집을 팔아야 하는지 묻는 고객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가뜩이나 복잡한 양도세 감면제도가 문재인 정부 들어 암호에 가까울 만큼 난해해졌기 때문이다.

1주택 보유자에게 주어지는 양도세 감면은 양도가액이 9억 원 이하일 때 적용되는 비과세와 9억 원 초과분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10년 보유 시 80%)가 있다. 그런데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이달 7일 입법예고된 세법개정안 등을 통해 집을 산 시점과 판 시점, 2년간 보유만 했는지 실제 거주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제도가 제각각이다. 특히 8·2대책은 처음으로 집을 취득한 시점까지 기준으로 포함시켜 제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주범으로 꼽힌다. 그전까지는 취득시기와 상관없이 집을 파는 시점만 기준으로 삼았다.

맞춤형 세무 조언을 해주는 세무사나 프라이빗뱅커(PB)를 자주 접하는 자산가들은 절세 전략을 짜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없거나 전문가의 세금 조언을 받기 어려운 일반인들은 “집 한 채니까 괜찮겠지”라고 방심하다가 자칫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동아일보는 1주택자 양도세 감면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 사항들을 정리해봤다. 상황별 양도세 예상금액 계산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도움을 받았다.

8·2대책은 2017년 8월 3일 이후 서울을 포함한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에 대해 2년을 거주해야 1주택자 비과세를 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전에 산 주택은 기존대로 2년 보유만 하면 비과세를 받는다. 9·13대책은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에도 2년 거주 요건을 추가했다. 대신 2020년 1월 이후 집을 팔 때부터 적용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우선 자신의 집을 8·2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언제 샀는지부터 파악해봐야 한다.

[1] 8·2대책 전에 집을 샀다면

5년 전 서울의 한 아파트를 5억 원에 산 1주택 보유자 A 씨가 있다. 그가 이 집을 8억 원에 판다면 파는 시점이나 실제 거주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집을 판 금액이 9억 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1주택 비과세 대상으로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물론 같은 1주택자라도 양도가액이 9억 원을 초과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0년 전에 10억 원에 산 서울의 다른 아파트를 20억 원에 파는 1주택자 B 씨의 사례는 더 복잡하다. 그가 올해 안에 집을 처분한다면 20억 원 중 9억 원까지는 비과세고, 나머지에 대해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적용받아 2499만7500원을 내야 한다.

만약 내년 1월 이후 집을 판다면 어떨까. 그 집에 2년간 실제로 살았는지에 따라 양도세 차이가 1억 원이 넘는다. 실제 거주하면 모든 혜택을 그대로 받고 2499만7500원만 내면 된다. 거주하지 않았을 때는 9억 원까지 비과세를 받지만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못 받는다. 내야 할 양도세가 1억6456만 원으로 약 6.6배로 뛰는 것이다. 이 경우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보다 혜택이 적지만 일반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15년 보유 시 30%)는 받을 수 있다.

2017년 8월 2일 이전에 집을 샀다면 올해 안에 집을 팔거나 2년 이상 거주해야 1주택자에 대한 모든 혜택을 빠짐없이 받을 수 있다.


[2] 8·2대책 이후에 집을 샀다면

앞서 이야기한 A 씨가 다른 조건은 동일한데 집을 산 시기가 2017년 8월 3일 이후라면 실제로 그 집에 거주했는지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진다. 2년간 실제 거주하면 여전히 1주택 비과세로 세금을 안 내지만 거주하지 않으면 양도차익 3억 원에 대해 양도세 9047만5000원을 내야 한다. 그 집에 거주하지 않았다면 내야 하는 세금이 9000만 원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B 씨가 2017년 8월 3일 이후 집을 사서 10년 뒤 팔았다면 역시 실제 거주 여부가 양도세 금액을 좌우하는 요소다.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채우고 팔면 1주택 비과세와 장기특별공제를 모두 받아 양도세 2499만7500원이 부과된다. 2년 이상 거주하지 않고 팔면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모두 못 받기 때문에 양도세가 3억2951만 원까지 치솟는다. 거주했을 때 내는 세금의 약 13.2배다.

8·2대책 이후 집을 샀다면 무조건 2년 거주하는 것이 유리하다.


[3] 1주택자 요건도 일일이 따져봐야


자신이 1주택 보유자에 해당하는지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놓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일명 ‘효도세’로 불리는 동거 봉양에 따른 2주택 여부다. 집이 있는 부부가 부모의 집에 일정 기간 함께 살면 1가구 2주택에 해당되는 것이다. 자신 명의의 집이 한 채니까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거액의 양도세를 낼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20년 가까이 부모를 모시고 산 김모 씨 부부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2000년 김 씨 명의로 서울 강북지역의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새 아파트를 계속 전세 주다가 2015년 팔았는데 1년 뒤 1억3000만 원의 양도세를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알고 보니 부모 집에 5년 이상 함께 살아 2주택자로 분류돼 양도세가 부과된 것. 이들 부부는 부랴부랴 적금까지 깨서 세금을 물어야 했다. 비슷한 피해가 늘자 정부는 지난해 부모 봉양으로 2주택 보유자가 된 사람이 비과세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집 한 채만 갖고 있다가 추가로 주택을 상속받았을 때는 어떤 집을 먼저 파는지에 따라 양도세 비과세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상속받고 5년 안에 기존에 갖고 있던 집을 먼저 팔면 다른 요건을 모두 갖췄을 때 비과세된다. 하지만 상속받은 집을 먼저 팔면 2주택 보유자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하고 1주택 보유자가 됐을 때의 요건도 까다로워졌다. 정부가 7일 입법예고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된 지 2년이 지나야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2년 넘게 보유한 집을 1주택자가 된 시점에 바로 팔아도 받을 수 있었다.

우병탁 팀장은 “세제가 너무 복잡해지면서 선량한 1주택 보유자가 비과세 혜택을 못 받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집을 팔 계획이라면 집 한 채라고 안심하지 말고 미리 관련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부동산#양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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