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힘든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 성공하려면…‘애자일 전략’으로 승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8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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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들이 왜 애자일(agile) 전략에 열광할까요? 변화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인적자원(HR) 분야의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부품사회’의 저자로 유명한 피터 카펠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본보와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애자일 전략을 기반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2월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 연사로 나서 애자일 전략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애자일 전략은 민첩함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랜 기간 많은 자원을 투자하며 비밀스럽게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빠른 속도로 시제품을 출시해 고객과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수정·보완해가는 방법론을 뜻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창안한 방법론인데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와튼스쿨 인적자원센터 이사장이기도 한 카펠리 교수는 “모든 기업이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경영계에 애자일 열풍이 불고 있다”며 “애자일 문화를 확산하려면 채용, 성과평가, 보상, 역량계발 등 HR의 전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HR 부서가 애자일 도입의 장애물이 아닌 마중물이 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연례 인사평가 대신 프로젝트별로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스템 등 애자일을 지원하기 위한 HR 제도 혁신 방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카펠리 교수는 애자일의 핵심이 권한 이양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자일의 핵심 아이디어는 바로 권한을 팀 단위로 위임해주는 것”이라며 “조직 내 어느 부서든 팀 단위로 일하는 방법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미 애자일 전환을 위한 준비는 끝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자일 전환이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2001년 ‘애자일’이라는 단어가 경영계에 소개된 후 많은 기업들이 애자일 전략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다. 왜 그럴까. 카펠리 교수는 “애자일은 단순히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들과 이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심각한 저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카펠리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애자일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버전원(VersionOne)이 2016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애자일 적용의 최대 난제로 ‘기존 기업 문화 및 제도와의 충돌’이 꼽혔다. 카펠리 교수는 “애자일 전환은 긴 여정”이라며 “기업의 리더들이 팀 단위로 권한을 위임하면서 동시에 관리 감독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를 용인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자일 조직에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평가나 관리가 아니라 코칭이 돼야 한다고 카펠리 교수는 역설했다. 그는 “성공적으로 애자일을 도입한 기업들은 관리자를 코치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전문 코치를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역량 계발을 지원하는 코칭은 관리자의 핵심 업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말 인사고과를 기초로 보상을 해주는 기존 관행도 개선이 필요하다. 카펠리 교수는 “회사에 도움을 주는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연말이나 연초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각 보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펠리 교수는 “당장 몇 달 후 상황도 제대로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과거처럼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분야와 관계없이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애자일은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카펠리 교수는 학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미국은 물론 바레인, 싱가포르 등 각국 정부의 고용 정책에 대해 자문해주고 있다. 2011년 영국 인사관리 전문지 ‘HR 매거진’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인’에 선정됐고 볼트닷컴(VAULT.COM) 선정 ‘인적자원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25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피터 카펠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 미국 코넬대에서 노사 관계 전공 △ 옥스퍼드대 노동경제학 박사 △ 미국 교육부 전국직장교육증진센터 공동책임자 역임 △2003~2005년 바레인 고용정책 관련 수석고문 △2011년 영국 인사관리 전문지 ‘HR 매거진(HR MAGAZINE)’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인’ △ 볼트닷컴(VAULT.COM) 선정 ‘인적자원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25인’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 “예측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들 성공하려면…” ▼

“불확실성의 시대에 생존하려면 기업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의 역량까지 효과적으로 활용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y)’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영 전략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데이비드 티스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하스(Haas)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성장과 번영을 위한 해법으로 동태적 역량을 제시했다. 그는 12월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의 연사로 나서 동태적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티스 교수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애플은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충족하기 위해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의 역량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이 음반사와 제휴하고 디지털 저작권 관련 기술 및 디자인 역량을 확보해 토털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했던 것처럼 다양한 내·외부 자원을 결합하는 동태적 역량을 갖춘 기업만이 환경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티스 교수가 제안한 동태적 역량은 산업의 구조나 조직 내부의 핵심 역량을 중시했던 과거 경영전략 이론의 한계를 극복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태적 역량을 최초로 소개한 그의 논문은 피인용 횟수가 3만3000건에 달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티스 교수는 한국 기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가 적시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산업 디자인 역량을 키웠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재 빅스비가 애플 시리에 밀리고 있듯이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역량에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이 여전히 선진국 따라잡기(catch-up)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 기업이 동태적 역량을 키우려면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티스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고 시장의 진입 장벽을 없애고 있다”며 “기업이 이런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도록 이끄는 게 동태적 역량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티스 교수는 전 세계 40여개 사무소에 12000명의 직원을 둔 컨설팅회사 버클리리서치그룹의 창업자로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 전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 ■


동아일보와 채널A가 12월 5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을 개최해 불확실성의 시대에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파괴적 혁신 시대의 애자일 전략(Agile Strategy in the Era of Disruptive Innovation)’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는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조강연을 합니다. 함께 진행되는 ‘동아럭셔리포럼’은 ‘럭셔리 4.0 시대, 빅데이터와 뉴 컨슈머’를 주제로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 방안을 제시합니다.

●일시: 2018년 12월 5일(수요일)
●장소: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
●홈페이지: www.dongaform.com
●문의: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02-2020-0823, donga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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