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최근 고용재난, 인건비 상승-구조조정에 채용 꺼린탓”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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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원인 가능성 시사

최근 1년 동안의 ‘고용 재난’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일자리 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라고 국책연구원이 분석했다. 정부가 고용 부진에 대해 경기 변동과 인구구조 변화를 주된 원인으로 보는 것과 달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중심으로 한 정부 정책이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2014년 이후 실업률 상승에 대한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7년의 고용 부진은 산업 간 일자리 수가 큰 차이를 보인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A산업에는 일자리가 많은 반면 B산업에는 실업자가 많은 상황에서 업종 간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실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른바 ‘산업 간 미스매치’ 현상이다. 실제 해당 기간에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라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주택건설 호황으로 건설업 일자리가 늘었지만 조선업 실업자가 건설업으로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재취업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구직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와 달리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작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는 전반적인 일자리 부족 때문에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노동력이 필요한 기업이 고용을 하지 않는 ‘노동 수요 부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올 들어 실업률은 전년보다 0.38%포인트 올랐는데 이 중 0.25%포인트가 일자리 부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까지 정부는 최근의 고용 재난에 대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데다 산업 구조조정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서비스업이 둔화됐다고도 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경기 부진 상황이어서 고용도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KDI는 “3분기(7∼9월) 실업률 상승분 중 일부는 경기 변동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를 맡은 김지운 KDI 연구위원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2, 3개 분기를 더 지켜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인구구조 변화는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KDI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인구구조 변화가 최근 실업률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경제활동 참가율을 감안해 취업자 수 증감에 대한 영향을 따져 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결국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 비용, 즉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경직돼 있는 노동시장 구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노동비용 상승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라며 “이런 노동시장의 변화는 노동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일자리 감소가 정부의 고용정책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간에 생긴 급격한 변화는 주로 정부 정책에 기인한다”며 “경기가 둔화하는 것 이상으로 기업이 고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경직, 규제 강화 등 보이지 않는 요인이 실업률에 작용한다는 뜻이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고용#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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