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얻는자, ICT 천하를 얻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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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홈’ 국내 상륙…경쟁 격화

LG전자는 11일 세탁기 건조기 등 주요 가전을 구글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을 통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날부터 구글 홈 한국어 버전의 예약을 받아 18일부터 배송한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11일 세탁기 건조기 등 주요 가전을 구글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을 통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날부터 구글 홈 한국어 버전의 예약을 받아 18일부터 배송한다. LG전자 제공
“오케이 구글, 나는 누구야?”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어요, 미키 김 님.”

“그럼 내 이름은 뭐야?”

“지현 님이시죠.”

11일 구글은 한국어 음성 인식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파악해 적합한 답변을 제시하는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을 선보이면서 한국 AI 스피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K텔레콤이 AI 스피커를 선보인 지 꼭 2년 만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외국인 AI 스피커’가 등장한 것이다.

스마트폰 ‘터치’보다 편리한 ‘말귀’를 알아듣는 음성인식 기기의 편의성 덕분에 AI 스피커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음성인식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같은 차세대 플랫폼으로의 확장성도 무궁무진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AI 스피커의 기능도 음악 감상, 알람 설정 등 간단한 서비스를 넘어 집 안 가전과 자동차까지 제어할 수 있도록 고도화되고 있고, 특색 있는 콘텐츠를 탑재해 차별화되고 있다. 국내외 ICT업체의 이른바 ‘목소리 쟁탈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 한국말 알아듣는 구글 AI 스피커
이날 공개된 구글 AI 스피커의 가장 큰 특징은 보이스 매치, 다중언어 기능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구글 홈’에 자신의 목소리를 등록한 뒤 AI 스피커에 연동하면 최대 6명의 목소리까지 구별해낸다. 각기 다른 이용자가 같은 질문을 해도 사람마다의 이용패턴에 맞춰 적절한 답변을 한다는 것이다.

같은 앱에서 두 가지 언어(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총 7개 언어)를 설정할 수 있고 이용자가 AI 스피커에 영어로 말하면 대답도 영어로 해준다.

미키 김 구글 아태지역 하드웨어사업 총괄 전무는 “구글 AI 스피커에는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 최첨단 AI 기술들이 접목됐다”면서 “전 세계에서 초당 한 대씩 판매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의 반응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글 AI 스피커를 통해 LG전자, 코웨이, 한샘, 경동나비엔 등 국내 가전사를 포함해 전 세계 225개 브랜드, 5000개 이상 장비를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강점도 갖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TV에 ‘미러링’할 수 있는 기기(크롬캐스트)가 있으면 음성으로 TV 제어도 가능하다.

○ 국내 기업들, 독자 콘텐츠로 차별화

일찌감치 시장에 AI 기기들을 선보인 국내 ICT 기업들은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독자적인 콘텐츠 및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자사 AI 스피커 이용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예컨대 음악 감상 비중이 최근 2년 동안 60%에서 40%로 줄어든 반면에 같은 기간 2%대에 머물던 인터넷TV(IPTV) 서비스 이용(6.2%), 감성대화(4.1%), 날씨 문의(3.8%) 등은 증가하는 추세다. AI 스피커를 통해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문을 잠글 수 있고(SK텔레콤), 고급 지식 콘텐츠를 이용(KT)할 수도 있다. 별도 추가 인증 없이 음성만으로 일부 식료품, 배달 메뉴를 주문(네이버)할 수 있으며, 전원 연결 없이도 이용(카카오)이 가능하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2022년에는 음성인식 서비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있을 것”이라면서 “음성으로 손쉽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한 기업이 AI 스피커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구글 홈#국내 상륙#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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