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은 한 번에 이룰 수 없어… 실패 부끄럽게 여기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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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캠프서 예비 창업가들과 만난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회사가 망해 20대에 17억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보통 사업이 망하면 끝이라는데, 어떻게 이렇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하시죠?”

9일 경기 양평군에서 진행된 ‘창업캠프 현장’. 100여 명의 청년이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 창업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주관하는 도제식 소프트웨어 기술 교육 프로그램 ‘SW마에스트로’ 과정에 선발된 컴퓨터 실력자들이다.

행사의 첫 연사로 국내 대표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의 오재철 대표(48·사진)가 등장했다. 현재 연 2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회사를 일군 그는 실패했던 과거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오 대표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색약은 공대에 진학할 수 없던 당시 입시상황 때문에 경제학과를 선택했다. 그 뒤에도 컴퓨터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해 독학을 하며 프로그래밍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썼다. 1993년 23세의 젊은 나이에 회사를 설립하며 ‘젊은 창업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즈음 회사가 부도나 17억 원의 빚더미에 앉았다. 채무불이행 명부에도 올랐다.

시련 뒤 오 대표는 더 악착같이 창업에 뛰어들었다. 1999년 지금의 회사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다. 그는 “분명한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기업가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콘텐츠 관리를 주 서비스로 하는 이 회사는 현재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그가 강조한 것은 ‘관리의 함정’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실패에 이르게 하는 여러 함정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들은 ‘관리’의 문제를 간과하기 쉽다. 큰 회사를 일구려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는 “임직원이 10명을 넘어서면 관리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며 “내가 없더라도 회사가 관리될 수 있도록 경영 인프라를 갖춰야 회사가 성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 휴대전화 캡처 화면 하나를 스크린에 띄웠다. ‘2018년 6월 18일.’ 이날 금융사로부터 채무를 완전히 갚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20대에 사업 실패로 떠안았던 빚 17억 원을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다 갚은 것이다. 그는 “작은 산은 실패 없이 한 번에 오를 수 있지만 큰 산은 반드시 실패를 디뎌야 오를 수 있다”며 “실패를 부끄럽게 여기지 말라”고 조언했다.

양평=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오재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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