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일단 멈춘 현대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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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영한 개편안, 자문사들 반대
현대모비스 분할 보류… 주총 취소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개편안을 다룰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이를 보류하기로 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회사들의 반대 의견이 잇따르자 내린 결단이다. 향후 주주 의견을 적극 반영해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해제하고, 해당 안건을 다루기로 했던 29일 주주총회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지배구조개편안의 첫 단계는 현대모비스에서 모듈과 AS부품 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주주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와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도 “개편 방안이 글로벌 경영환경과 규제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주와 시장의 신뢰와 지지 없이는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안은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해소라는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 따른 것이라 3월 발표 당시 정부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4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에 이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이달 17일 현대모비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마저 반대 의견을 낸 것이 주총 취소의 결정적 이유였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대주주 일가가 1조 원대 세금을 부담하는 파격적인 결단에 정부는 환영했지만 시장은 외면했다. 향후 재벌 지배구조 개선 방향과 관련해 정부와 재계 모두 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현대자동차#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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