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마케팅에 빠진 은행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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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유모 씨(27·여)는 최근 주거래 은행을 두고 회사에서 가까운 신한은행 지점을 일부러 찾았다.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 사진이 들어간 체크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유 씨는 “주거래 은행이 아니라 망설였지만 워낙 좋아하는 아이돌이라 카드를 꼭 갖고 싶었다”며 “이 카드 때문에 거래 은행을 바꿀까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워너원, 빅뱅의 지드래곤(GD) 등 유명 아이돌을 활용해 만든 체크카드들이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한 ‘아이돌 체크카드’는 판매를 시작한 지 9일 만에 5만 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다.

특히 은행들이 관련 상품에 우대금리, 할인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2030 젊은 소비자들은 ‘소장용 카드’가 아니라 ‘메인 카드’로 체크카드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 아이돌에 빠진 은행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이미지를 넣은 ‘BTS 체크카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BTS 적금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리브’의 모델로 방탄소년단을 내세워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모델에 대한 고객들 반응이 좋아 기획사 측과 카드, 적금 상품 판매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아이돌에 가장 먼저 빠진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2월 말 GD가 직접 디자인한 체크카드를 선보여 이날까지 6만2000장 이상이 발급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중 절반 가까이가 신규 유입 고객”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워너원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이들의 사진이 들어간 ‘쏠 딥드림 체크카드’를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워너원 11명 멤버 전체와 각각의 모습이 들어간 체크카드 12종은 23일 현재 7만7000장이 발급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카드 인기가 워낙 좋아 이달 초 워너원 수시입출금식 통장과 예·적금 통장까지 내놓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아이돌 체크카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20, 30대 소비자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얻는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해당 아이돌그룹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마케팅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체크카드가 당장의 실적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보수적인 은행 이미지를 벗고,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금리, 할인 혜택도 쏠쏠

실제로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메신저 캐릭터를 입힌 체크카드로 2030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라이언’ 등 카카오톡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는 지난달 말까지 435만 장 이상이 발급될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회사 사람들이 라이언 캐릭터를 ‘라 전무’라고 부른다. 은행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혜택은 고객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이 단순히 체크카드를 소장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은행들이 다양한 혜택을 담고 있다.

기업은행의 GD 체크카드는 멜론 엠넷 지니 등 음원 사이트와 스타벅스 등에서 2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8%를 할인해준다. 신한은행이 체크카드에 이어 워너원을 앞세워 내놓은 ‘쏠 편한 선물하는 적금’은 6개월 만기에 이자가 연 3%나 된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아이돌#마케팅#은행#체크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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