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TREND WATCH]정부,‘재생에너지 3020’으로 환경·경제 살리기 박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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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자료 제공: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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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매장량이 한정돼 있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반면 태양, 바람, 바이오매스 등에서 얻는 재생에너지는 자연 친화적인 데다 자원이 고갈될 위험도 거의 없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유럽연합(EU)은 이미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풍력발전에 주력한 독일은 2017년 기준 전체 전력 소비량의 36%를 재생에너지로 수급했다. 독일의 풍력은 원자력과 석탄 화력의 발전량을 넘어선 것이다. 독일 에너지전환 전문기관 ‘아고라에너지밴더’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바람, 햇빛, 바이오매스로 만든 재생에너지의 합산 전력생산량이 석탄 화력 생산량을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수력까지 포함하면 EU에서 사용된 전기의 30%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것이었다.

저탄소 청정에너지 체제 절실

지하자원이 부족해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저탄소·청정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에 역점을 두고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로 높이는 한편 신규 발전설비 중 95% 이상을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구체화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발표되기 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이 재생에너지 생산에 적합한지도 불분명하고 이를 현실화할 기술적 토대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전체 전력생산량의 20%까지 올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었다.

사실상 ‘에너지 섬’으로 불리는 우리나라로서는 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해 선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유럽처럼 다른 나라에서 전력을 수입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한국의 기후가 재생에너지 활용에 유리한 실정도 아니기 때문이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모두 적지 않은 부지가 필요한 반면 전력 생산단가는 화력이나 원자력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점도 문제다.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수준이 중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뒤처진 이유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아 발전소 부지 선정이 쉽지 않고 발전단가의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것이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영국과 미국의 풍력 발전단가가 원자력보다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나 세제혜택까지 감안한 수치고 발전량의 지역적 편차가 큰 상황이어서 국내 실정에 기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들을 반영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인 것이다. 예전에는 재생에너지 정책이 지역 단위의 소규모 발전원, 분산 발전원 중심으로 추진됐다. 발전단가가 높고 전력 생산량이 불안정한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기술이 미흡해 재생에너지를 보조적인 에너지원으로 여겼다. 농어촌에서 해당 지역민이 사용할 분산 전원으로 사용되는 정도였다. 재생에너지가 이렇듯 보조적인 전력원의 성격을 띠다 보니 체계적인 수급 계획 하에 대규모 발전단지를 건설하기가 어려웠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로 높인다


이를 거울삼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규모에 따라 두 갈래로 나눠 추진하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먼저 소규모 발전의 경우 사업자보다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분산 발전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는 한편, 대규모 발전은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인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전체 전력 공급원 중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려는 제도)의 의무비율을 최고 20%까지 올림으로써 전력사업자가 효율적으로 주도하게 했다. 즉, 주거지에서 가깝고 지역 주민이 1차적으로 사용할 전력인 소규모 분산 전원은 수익 보장이나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협동조합과 같은 소규모 집단이나 일반 국민도 발전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송전망을 통해 전국에서 사용될 대규모 전력은 대형 발전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발전은 지역 내 생산, 지역 내 소비에 충실하고, 대규모 발전은 재생에너지가 주요 발전원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는 과거 역점을 뒀던 폐기물과 바이오에 기반을 둔 신재생에너지에서 태양광, 풍력 위주의 재생에너지로 전력 포트폴리오를 바꾸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이를 위해 정부는 폐기물과 우드펠릿를 포함한 연료연소 기반 재생에너지를 최소화하고, 폐기물을 재생에너지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폐기물이나 바이오 에너지는 화석연료를 쓰진 않지만 유기물을 연소시키는 과정을 거치기에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이행계획을 통해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 전원으로 격상하고, 지역민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발전과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발전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반영했다.

또한 3월 19일에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 2019년부터 2040년까지의 에너지전환 종합비전을 연내 수립할 예정이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정부가 저탄소녹생성장기본법에 따라 20년을 계획기간으로 삼고 5년 주기로 만드는 에너지 분야의 로드맵이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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