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PB브랜드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홈쇼핑업계 ‘패션 大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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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재시동” 차별화 경쟁 나서


홈쇼핑업계가 패션 분야 자체브랜드(PB)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아 차별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패션 PB의 고급화 전략이 성공하면서 홈쇼핑업계의 정체된 성장세에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5일 CJ오쇼핑에 따르면 자사 패션 프로그램 ‘힛더스타일(Hit the Style)’의 3일 봄 신상품 판매 방송에서 2시간 반 동안 30억 원에 달하는 주문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힛더스타일’은 2016년 처음 선보인 CJ오쇼핑의 간판 패션 프로그램이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프로그램을 이끌며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이 프로그램의 주문 금액이 40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달 22일 새롭게 선보인 패션 브랜드 ‘밀라노 스토리’ 첫 방송에서 1시간 만에 20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자사의 패션 부문 시간당 매출 신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패션업계가 장기 불황을 겪는 가운데 홈쇼핑의 패션 PB들은 연이어 좋은 성적을 내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때 질 나쁜 싸구려 상품으로 취급되던 TV홈쇼핑의 패션 상품이 이제는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CJ오쇼핑의 패션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 취급액의 37.3%나 됐다.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패션 부문 신장률은 13.6%로 2015년 8.7%, 2016년 11.8%에 이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매출 중 패션 부문의 비중도 2015년 31.2%에서 지난해 39.8%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최대 4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TV홈쇼핑의 ‘신화’는 2013년 이후 무너졌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 자릿수 성장률로 떨어진 것이다. 홈쇼핑업계는 성장세에 재시동을 걸기 위해 패션 브랜드를 앞세웠다.

CJ오쇼핑의 ‘셀렙샵’은 홈쇼핑업체가 만든 PB가 타 채널로 진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가 방송에 출연해 본인이 직접 기획하거나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한 패션 상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셀렙샵은 전국에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올해는 자체 온라인몰도 열 계획이다.

17개나 되는 TV홈쇼핑과 T커머스(데이터방송) 채널 사이에서 차별화되는 채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패션만큼 효율적인 상품은 드물다. 특히 유명 브랜드나 디자이너와 협업해 프리미엄 상품을 내놓을 경우 소비자들의 마음을 손쉽게 끌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CJ오쇼핑은 지난해 이탈리아 울 소재 원단 제조사 등과 협약을 맺고 자사 상품에 현지 고급 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캐시미어 전문 기업인 ‘고비’와 업무협약을 맺고 프리미엄 캐시미어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GS홈쇼핑 역시 유명 패션디자이너 손정완의 ‘SJ와니’,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마리아 꾸르끼’ 등과 협업해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패션은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분야인데다 마진율이 좋아 홈쇼핑업계 생존 전략의 핵심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며 “독자 상품을 발굴해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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