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무안군 태양광발전소 신청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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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에 2∼4개월 새 2600건 접수
주민들은 공사 시작 前 건립 사실 몰라… 농어촌 주민들 이해-참여 이끌어내야

전남 신안군과 무안군에 최근 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는 신청이 2600건 접수됐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에 따라 규제를 완화한 이후 2∼4개월간 벌어진 현상이다. 정부 정책이 농어촌에 난(亂)개발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주민들은 산림이 훼손돼 경관이 악화되고 침수 피해에 취약해지는 등 생활여건이 열악해진다며 불만이 적지 않다. 더욱이 공사가 시작된 뒤에야 건립 사실을 알 정도로 소외돼 있다.

신안군은 지난 두 달간 태양광발전소 건립 신청을 1100건 접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마을 및 도로, 해안에서 1km 이내는 개발을 제한하던 조례를 폐지하면서 신청이 폭주했다. 현재는 100m 떨어진 곳이면 개발이 가능하다. 무안군도 지난해 8월 도로와 주택에서 500m∼1km 이내 개발제한 조례를 폐지하자 12월까지 신청이 1500건 접수됐다. 신안과 무안 모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에 따라 조례를 폐지한 것이다.

태양광발전소 ‘광풍’이 일자 무안군은 지난해 말 도로와 마을에서 100m 이내의 토지는 개발할 수 없다는 조례를 제정했다. 군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소 건립 허가를 받더라도 논밭과 산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불허된다”고 말했다.

해남군과 고흥군도 몸살을 앓았다. 해남군 역시 지난해 4월 도로에서 200∼500m 이내 개발제한 조례를 폐지한 뒤 태양광발전소 신청 1800건이 접수됐다. 고흥군도 2016년 관련 조례를 폐지한 뒤 신청이 1800건 몰리다가 지난해 7월 관련 조례를 다시 만들자 수그러들었다.

난개발을 우려해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제한한 진도군은 최근 태양광 업자들에게 패소했다.

광주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훈)는 태양광발전소 사업자 5명이 진도군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사업·산지전용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불허가는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들 업자 5명은 2016년 7월 진도군 의신면 야산 2만7669m²에 99.2kW급 태양광발전소 5기를 짓겠다고 신청했다. 그러나 진도군은 자연이 훼손되고 주변 축사 6곳의 환경 피해가 우려된 데다 운영지침이 도로 200m 이내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있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야산 주변은 농촌마을로 특별한 경관가치를 갖고 있지 않아 불허가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진도군은 항소했다. 군 관계자는 “산소를 만드는 나무를 베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국 1000kW급 이하 태양광발전소 2만6967곳 가운데 호남에 1만3145곳(49%)이 몰려 있다. 땅값이 싸고 일조량이 풍부해서다. 태양광발전소 대부분을 차지하는 99kW급이 들어서려면 평균 면적 2300m²가 필요하다. 여기에 태양광패널 축전기 선로를 설치한다.

주민들의 불만도 크다. 진도군 임회면 명슬리 김모 이장(65)은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면 수익은 업자가 챙기고 마을은 산림이 훼손돼 하천에 토사만 흘러든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소 관련 정보를 사전에 공개할 수 없어 주민들은 공사를 시작할 때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성공하려면 관련 정보를 공개해 농어촌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박규섭 서울시민 햇빛발전협동조합 상임이사(35)는 “농어촌에서는 유휴 토지나 폐건물 터, 쓰지 않는 염전 등에 태양광발전소를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안·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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