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유통산업 키우는데… 한국만 역주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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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硏 “유통규제 해제 시급”

온라인 경매와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 이베이는 인공지능(AI)으로 수요를 예측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세일즈 프레딕트를 최근 인수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유통에 접목시켜 판매량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중동의 유통산업을 주도하는 두바이는 정부가 대형 쇼핑몰의 확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면적만 50만2000m²에 달하는 두바이몰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대형 국제전시회가 열린다. 야간 분수쇼는 국제적인 관광자원이 됐다. 프랑스는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대형점포 입점제한 등 강력한 유통규제를 시행했다가 2009년부터 규제를 풀고 있다. 자국 유통산업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다.

세계 각국이 유통산업 강화에 나선 가운데 한국만 각종 규제로 유통산업의 발전을 막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등 ‘역주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유통산업 육성이 시급한 5가지 이유’ 보고서에서 “유통산업의 국내외 환경변화를 고려하고 정부 정책이 규제 중심에서 육성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유통 소매기업 상위 200곳(매출 기준)의 전체 매출액은 128조4000억 원이었다. 이는 미국 유통기업 코스트코 한 곳의 연매출인 137조8000억 원보다도 9조4000억 원이 적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563조9000억 원, 한국에서 가장 큰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매출이 30조7940억 원이다. 내수 시장이 한국의 19배가량인 미국 기업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유통 경쟁력 차원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원은 유통산업의 중요성을 생산과 고용에서 찾았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은 상시고용 인원만 6000명이고 그중 청년이 3300명이다. 간접적인 일자리 효과까지 따지면 취업유발효과가 1만3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하남시 신세계 하남스타필드는 총 3만4000명의 취업유발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규제를 풀어 유통업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대도시에 대형 점포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법을 바꿔 진입규제는 없애고, 그 대신 교통정체나 주차문제 등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바꿨다. 미국은 아예 유통과 관련한 규제가 없어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간의 경쟁으로 가격 인하 등 소비자에게 유리한 변화가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을 업은 글로벌 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는 등 자체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원은 “반면 한국은 대형점포의 영업이나 진입제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유통규제 관련 법안은 28건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5%는 관련규제 폐지나 완화를 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서려 하면 인근 소상공인들이 이를 반대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선거 표심이 돌아설 것을 우려해 이를 무산시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한국의 유통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있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유통산업#규제#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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